산채정식
Posted 2019. 8. 1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남한산성이나 등산로 초입에 있는 음식점들에서 기본으로 내는 메뉴는 입산주 격인 막걸리와 국수류지만, 개중엔 조금 값을 더 받는 산채정식을 내는 데들이 있다. 문자 그대로 산나물들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반찬과 된장찌개가 나오면 만원 아래로 받고, 여기에 파전, 무침, 황태구이 등이 더 나오면 만원에서 만오천원 정도 받는 것 같다.
두 달 전에 공익경영센터 김경수 대표와 남한산성 서문쪽 등산을 함께한 적이 있었다. 한 시간 조금 더 걸려 서문에 이르러서 수어장대까지 보고 산성 안에 있는 음식점에서 이른 점심을 했는데, 이것저것 맛보고 싶어 산채정식을 시켰더니 한 상이 나왔다. 대체로 평범했는데, 그 중 하나가 깜짝 놀랄 만한 맛을 냈다. 바로 김치였는데, 옛날 어른들이 땅을 파고 김치독을 묻어 두었다가 꺼낸 맛을 냈다.
처음엔 묵무침과 황태, 파전을 열심히 먹었는데, 우연히 젓가락을 댄 김치맛을 본 다음엔 김치만 먹었다. 아무리 남한산성이래도 요즘 땅속에 김치 항아리를 담는 집이 있을까 싶고, 김치냉장고에 많은 양을 담가두었다가 조금 오래된 김치가 나온 것이었겠지만 산중에서 좋은 친구와 땀 흘린 뒤에 맛나게 먹는 밥이어서 그런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하긴 산해진미, 산채정식도 정말 맛있는 김치 하나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도루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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