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역 주말집회 풍경
Posted 2019. 10. 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지난 주말엔 서초역 일대에서 열린 검찰개혁 촉구집회에 다녀왔다. 그 전 주에도 가려 했지만, 계절에 한 번씩 부부 동반으로 저녁까지 함께하는 '그친구들'과 교제하다가 돌아와 뉴스로만 접했다. 아내는 12월에 있을 합창 연습에 가서 물 한 병과 깔판을 넣은 작은 배낭을 매고 서초역에 내리니 4시 반쯤 됐는데, 6시부터 열리는 본집회 전에 이미 많은 사람이 운집해 있었고, 전야제 비슷하게 노래와 구호를 연창하는축제 분위기였다.
처음엔 사랑의교회 반대편 거리에 서 있다가 사회자의 요청으로 예술의전당 쪽으로 이동했는데, 이때 이미 서초역에서 예술의전당 건너편까지 거의 2/3가 찼고, 이런 사정은 그 반대편 거리와 크로스로 만나는 교대역까지 비슷한 형편이었다. 그러니까 4거리에 모두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아무 데나 앉아도 같은 구호와 손펼침막을 들었다 놨다 하고 파도를 타며 즐기는 길고 뜨거운 대열이 일찍부터 형성되고 있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이면 대로변에 앉거나 주위에 둘러 선 사람들뿐 아니라 골목길도 차기 마련인데, 네 방향 중 두 방향 골목길을 일부러 걸어보니 북적거리긴 매한가지였다. 서울시에서 설치한듯한 길다랗게 늘어선 수십여 개의 가설 화장실 앞엔 순서를 기다리는 긴 줄이 생겼는데, 골목에 있는 건물들 가운데도 불편을 무릅쓰고 화장실을 개방한 곳들을 몇 군데 봤다.
시민들이 모여 외친 개혁 구호는 주연급 검찰과 조연급 언론에 집중됐다. 정검과 기레기들은 귀가 얼얼했을 것이다. 듣고 정신들 차리면 좋을 텐데, 앞으로도 얼마나 크고 긴 외침이 반복되려나 모르겠다. 나처럼 혼자 온 이들도 보였지만, 가족과 친구와 함께 와 자리 잡은 이들이 많이 보였고, 중간중간 뒷쪽에 모여 자리 잡기까지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는 수십여 명의 대열엔 앉은이들의 박수와 연호가 뒤따랐다.
손글씨 팻말과 종이컵에 끼운 초를 준비해 오는 이들도 많았지만, 촛불집회 때처럼 전기촛대를 파는 이들이 여기저기 보이는 가운데, 이 난리를 불러온 또 다른 당사자 조국의 티셔츠를 파는 이들도 보였다. 이날 저녁 집회에 온 이들 중엔 '내가 조국이다'를 자처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을 텐데, 어찌 됐든 핸섬한 마스크에 훤칠한 키는 티셔츠에도 좋은 그림이 되고 있었다.
이날 배부한 손펼침막 가운데 하나에는 모인 시민들이 좋아하는 3인방이 캐리커처로 담겨 눈길을 끌었다. 세 사람의 인상적인 표정과 모습을 실사하듯 그렸는데, 집회 성격이나 처한 형편으로 볼 때 문 대통령과 조 장관의 이미지가 바뀌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 보인다. 들고 내리기를 거듭하다가 버리기 아까워 집에 갖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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