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산행
Posted 2020. 1. 2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한적한 오후 검단산 낙엽송 구간을 오르는데, 저 앞에서 혼자 산을 오르는 이가 있었다.
빽빽한 낙엽송들은 길다란 가지만 남긴 채 사이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풍경삼아 고즈넉한
오후를 수놓고 있었다. 뒷짐까지 지고 유유자적 내딛는 걸음에서 바쁠 것 없는 여유가 느껴졌다.
굳이 따라잡을 이유도 없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르다 보니 숲길에서 좋은 풍경이 되어 주었다.
어쩌면 나도 뒤에서 오는 누군가에게 이런 풍경이 될 수도 있겠다 싶은데, 그렇다면 아무렇게나
입고 오지 말고, 또 너무 찬찬히 걷는 것도 뒤에 오는 이들에겐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앞에 걷는 저 이만 하더라도 비록 풍경은 고독해 보이지만, 등산길의 내면은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하고 충일할지 모를 일이다.
아주 가끔 등산 파트너가 있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느새 이십여 년
가까이 혼자 하는 등산에 익숙해졌다. 때론 이렇게 고독해 보이기도 하지만, 아무 때나 어느
상황에서나 또 아무렇게나 홀가분하게 산길에 접어들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올해도 나 홀로
등산의 매력을 놓을 수 없을 것 같다.
'I'm wandering > 동네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검단산 폭포와 산새 (0) | 2020.01.31 |
---|---|
정상의 환희 (0) | 2020.01.28 |
새해 첫날 새벽산행 (0) | 2020.01.02 |
검단산 소소한 눈길 (0) | 2019.12.07 |
검단산 낙엽송길 (0) | 2019.1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