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의 환희
Posted 2020. 1. 2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겨울 같지 않은 올겨울은 새벽이면 몰라도 오전 오후에 산에 오르면 기온이 영상일 때가 많다. 예년 같으면 상고대며 멋드러진 설경까진 아니어도 정상부 가까운 오르막길은 온통 눈길일 텐데, 눈도 안 보이고 땅이 얼지도 않아 아이젠 같은 건 아예 안 갖고 다녀도 될 지경이다. 그래도 정상까지 4km 가까운 완만한 산길과 약수터 이후 정상까지 길게 이어지는 헐떡고개 돌길과 계단을 오르는 일은 계절 가리지 않고 고되고 다리 힘을 쏙 빼게 만든다.
검단산 산길은 쉼터와 곱돌약수터까진 여러 번 이쯤에서 내려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다가도, 약수터에서 산아래 풍경 한 번 내려다 보고 헬기장 지나면 헐덕고개가 기다리는데도 예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설 수 없다는 전의를 불태우게 만든다. 늘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몸은 지쳐가는데, 정신은, 의욕은 말동말똥해지니 말이다. 지금까지 올라온 길보다 더 힘든 길이 될 걸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등산 DNA가 아직 살아있나 보다.
헐떡고개를 겨우 올라가 다시 마지막 계단을 하염없이 오르노라면 불현듯 넓다란 정상부가 모습을 드러낸다. 헬기도 앉을 만한 제법 넓은 광장인데, 두세 등산로가 만나는 지점이기도 해서 늘 몇 명씩은 정상에 오른 기쁨을 만끽하고들 있다. 한강 건너 예봉산-운길산-청계산-중미산-유명산-용문산-백운봉 줄기들과 유유히 휘감아 도는 두물머리 풍경이 고된 산행을 넉넉히 보상해 주고도 남으니, 개중에 어떤이들은 이렇게 팔 벌려 폴짝 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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