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타겟 세뱃돈
Posted 2020. 1. 2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아내가 아직 중고대 학생인 친정 조카 셋에게 세뱃돈을 보냈다. 어른들 살아계실 때처럼
큰집에서 한자리에 모이지 않는 관계로 연초 대목을 못 누리는 불이익을 어여삐 여겨^^ 챙겨준
것일 게다. 내 쪽은 가정을 이룬 조카들의 아이들이 갓난애들인지라 아직 그 수요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작년에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이제 어른들께도 드릴 수 없게 돼, 당분간
세뱃돈은 먼 동네 얘기가 될 것 같다며 웃는데, 아내가 세뱃돈 봉투를 건넸다.
오잉~, 부부간에 웬 세뱃돈? 하며 열어보니 영화할인권이 들어 있었다. 며칠 전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관객들에게 나눠주더라는 것이다. 2월과 3월에 2천원씩 할인해 주는 티켓이 넉 장 들어
있었다. 세뱃돈치고는 실용적이고 요긴한 티켓이 아닐 수 없다. 집앞 메가박스에선 히트작 위주로
상영해 볼 게 별로 없어 좋은 영화를 보려면 가끔 잠실이나 시내로 나가야 하는데, 함께 보든지
혼자 보든지 최소한 한 달에 한 장씩은 활용할 참이다.
그런데 아내의 성품으로 볼 때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이 세뱃돈 봉투에는 무언의 사인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두어 주 뒤면 작년의 나에 이어 만 60이 되는 자신에게 뭔가 큰 걸 쓰라는,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말라는, 보이진 않지만 은근하고 거역할 수 없는, 알아서 챙겨야 하는
무언가가 함께 들어 있는 것 같았다.^^ 뜨아~ 봉투 하나로 더블 티켓 아니 더블 타겟,
가볍게 목적을 이루려는 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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