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트 겸용 도마
Posted 2020. 4. 1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한 달 전쯤 아내에게 택배가 왔는데, 원목을 다듬은 플레이트 겸용 도마가 들어 있었다. 마트에서 파는 것처럼 고급스러웠는데, 내수동교회 후배 경자가 올해 환갑을 맞은 언니들에게 보낸 거였다. 솜씨 좋은 남편을 시켜 직접 만든 건데, 전에도 원목 스마트폰 거치대를 보내기도 하더니만, 이번엔 조금 더 쓴 모양이다.^^ 마음을 쓰고 만들어 보내는 정성이 기특했다. 이런 건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손잡이 부분을 빼고도 두 뼘 정도 되니 작은 건 아닌데, 이런 거 파는 코너에서 볼 때마다 하나 살까 했었는데, 뜻밖의 선물을 받게 된 것이다. 그냥 도마로 쓰긴 아까워 적당한 음식을 올려놓는 플레이트로 쓰기로 하고 장식장 위에 세워놓았다가, 마침 보쌈을 하게 돼서 일빠로 쓰게 됐다. 선물을 받으면 이들이 나누는 그룹창에 인증샷을 올리는 문화가 있는지라^^, 보쌈을 굵직하게 썰고 김장김치를 찢어 함께 올린 걸 찍어 보내는 것 같았다.
음식도 좋지만 담는 그릇이 받쳐주니 확실히 더 빛이 났다. 플레이트만 바꿨을 뿐인데, 그냥 접시에 담는 것보다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하면서 마구 식욕을 자극했다. 식탁의 있어빌리티가 두세 배는 더 올라간 것 같았다.^^ 새우젖과 고추 무침을 곁들여 덕분에 입이 호강했다. 두툼하게 썬 삼겹살 부위 돼지고기에 새우젖 두세 점을 얹고 찢은 김치로 말아 입에 넣고, 우걱우걱 씹으면서 코로나 블루를 날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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