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소
Posted 2011. 1. 2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단아한 서가에 꽂혀 있는 책들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 분위기를 풍겼다.
대단한 책들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고른 책들도 아닌 듯 싶었다.
윗칸에는 아베 야로의 만화 <심야식당> 다섯 권이 자리잡고 있기도 했다.
시내에 있는 밥집 치고는 꽤 운치 있고 정갈해 보이는 식당이었다. 실내는
시내에 있는 밥집 치고는 꽤 운치 있고 정갈해 보이는 식당이었다. 실내는
제법 넓었는데, 식당 테이블치고는 품위 있는 테이블들이 여유 있는 간격으로
놓여 있고, 1인 교자상을 붙여 놓은 온돌방이 한쪽에 있었다.
테이블 세팅도 단아한 멋을 냈다.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손님상에 나름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물컵 놓인 것만 봐도 어떤 음식이 나올지 짐작이 갔다. 이 정도면
기꺼이 1-2천원 더 낼 용의가 있다.
양화진 근처 합정동 골목에 있는 식당 정미소(井米所).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정미소는 精米所인데, 특이하게도 우물 정 자를 쓰는 집이다. 맑은 물 길어
밥 짓는 곳이란 뜻이란다.
이 집은 골동반(骨董飯)을 내는 집인데, 약간 고급스헌 비빔밥집이다.
옛 문헌들은 젓, 포, 회, 구운 고기 등을 밥에
넣은 것을 골동반이라 불렀다고
하는데, 그냥 이런저런 고명을 얹어 한데 섞어 비벼 먹는 것이라 보면 되겠다.
들어가는 고명에 따라 6천원부터 8천원 정도 하는데, 우리는 둘 다 8천원
짜리 매운낙지 골동반을 시켰다. 특별히 재료가 많이 들어간 것 같진 않은데, 맛이
있었다. 찬은 개별 찬이 나왔다.
쌈 파전이란 게 있어 함께 시켰는데, 보통 파전과는 재료와 모양새가 달랐다.
접시 한 쪽엔 밀 전병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놓고, 다른 쪽엔 대여섯 가지 야채를
볶아 싸서 먹게 하는 음식이었다. 1만원인데, 여기에 조금 더 내면 불고기, 맥적,
더덕 등이 더해지는 것 같았다.
쌈 파전이란 이름도 재미있고, 차려낸 걸로 볼 때 나도 쉽게 해볼 만해 보여
먹으면서 이리저리 만드는 법을 상상해 봤다. 이런 건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맛, 외관, 실내 인테리어와 분위기 등에서 깔끔한 걸 좋아하는 이들에겐 환영받을
만한 좋은 식당을 알게 됐다. 외관 사진은 제대로 안 나왔다. 블로그(ricefactory.kr)를
찾아가보니 여기도 역시 깔끔했다. 양화진 나들이 갔다가 들려볼 만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