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빡세게 한 광교산 산행
Posted 2020. 7. 1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금요일 낮에 수원에 있는 광교산 트레킹을 했다. 두 주 전 송인규 교수님과 함께하는 친구들 모임에서 코로나 확산 이후 헬스를 못하게 되면서 집 근처 광교산을 일주일에 세 번씩 오르신다는 말을 듣고 한 번 같이 하겠다고 했는데, 용주 형도 함께하겠다면서 두 주 뒤 금요일 낮으로 바로 약속이 잡혔다. 호스트이자 쉐르파^^ 격인 송 교수님은 산행 사흘 전 일정과 코스를 첨부한 특유의 꼼꼼한 메일을 보내왔는데, 음~ 장난이 아니었다.
전날 비 기운이 있었지만, 다행히 산행 당일은 날씨가 좋은 걸 넘어 여름날에 가을을 걷는 것처럼 청명한 하늘과 산바람이 우리를 즐겁게 해 주었다. 광교산은 6백 미터대의 우리 동네산들보다 낮지만, 송 교수님이 다니는 코스는 봉우리를 몇 개 넘는지라 5시간 반 동안 16km, 3만보를 걷는 빡센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등산 내내 선두를 유지하셨는데, 문자 그대로 노익장, 강철 체력으로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오르막길과 평탄한 길이 번갈아가며 펼쳐지면서 헬기장 두 군데를 거쳐 억새밭-노루목을 거쳐 정상인 시루봉(582m)에 올라 간식을 먹고 형제봉까지 간 다음 내려왔다. 좋은 분들과 함께하는데다 날씨까지 더할나위 없이 좋았던지라 시종 유쾌했는데, 문제는 그동안 내가 익숙해 있던 3시간 반에서 네 시간 정도보다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이 더 길었다는 점이다. 용주 형과 나는 막판엔 체력이 떨어졌는데, 교수님은 시종 앞장서서 유유자적, 여러 번 놀라고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능선들을 지날 때마다 수원 일대가 보이고, 관악산과 청계산을 넘어 도봉산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날씨는 정말 끝내주었다. 하산해선 교수님 책집에서 샤워를 하고 인근 강남면옥에서 냉면을 먹고 스타벅스까지 2, 3차를 하고 10시가 다 되어서야 헤어졌다. 우리 동네 검단산에도 흥미를 보이셨는데, 당연히 8월 하순에 한 번 더 하기로 약속이 잡혔다.^^ 어째, 등산 모임으로 정례화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생각지도 않던 즐거운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I'm wandering > 동네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성산 개망초동산 (0) | 2020.07.30 |
---|---|
보기 좋진 않지만 (0) | 2020.07.15 |
예봉산 못난이 삼형제 (0) | 2020.07.12 |
검단산 산수국 (0) | 2020.07.11 |
경고문과 협조문 (0) | 2020.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