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뚫고 나온다
Posted 2020. 9. 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어려운 조건에서도 식물들이 자라는 걸 보면 작은 경이를 느끼곤 하는데, 가령 산 꼭대기 거친 바위 틈새에 뿌리를 내리면서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다가 봄이 되면 뒤늦게 화사한 꽃을 피워내면서 존재감을 보이는 진달래 같은 걸 볼 때 그렇다. 그 정도까진 아니어도 식물들의 생명력은 정말 대단하고 끈질겨서 어떻게든, 뭐라도 뚫고 나오려 하는 것 같다.
지난주 서울 가는 버스에선 도로변 잔디 위에서 꽃이 핀 줄기 하나가 삐죽 자라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도록 주차금지용 플라스틱 꼬깔을 씌워 놓았다. 키가 얼마만할 때 씌워 놓은 건지 알 수 없지만, 가히 예술가적 안목이다. 이번주에 기승을 부린 태풍 소식에 대비한 건지 모르겠지만, 저 정도면 웬만한 비바람엔 끄떡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한강변 산책로를 걷다 보면 군데군데 배수구 덮개가 있는데, 두어 달 전엔 그 틈새로 양지꽃이 삐죽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두 사진에 나오는 꽃들에 "무엇이든 뚫고 나온다"는 거창한 제목을 붙이는 게 조금 어폐가 있긴 한데, 보는 순간 느꼈던 느낌을 담기엔 충분했다. 우연히 그 자리에 자라고 있었을 뿐, 이런 분위기는 결과적으로 형성된 거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둘 다 뭔가를 뚫고 나오는 생명력을 분출하는 것처럼 보였고, 거기서 어떤 작은 경이와 생동감이 느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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