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꽃
Posted 2020. 9. 1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백도라지 노래에도 있듯이 도라지꽃은 하얗다. 하지만 흥얼거리긴 했어도 막상 도시에서 도라지꽃 볼 일은 흔치 않았다. 꽃보다는 도라지 뿌리, 그것도 흙에 묻어 있는 게 아니라, 껍질을 벗겨내 나물 해 먹는, 시장이나 마트에서 파는 속이 하얀 도라지 뿌리만 주로 봤었다. 지난주에도 아내가 후배가 소개하는 도라지 3kg를 택배로 받더니만, 이걸 언제 다 깐다냐 하면서 동참을 권했지만, 나는 그냥 먹을 때 즐겁게 먹겠노라며 얌체처럼 뒤로 뺀 적이 있더랬다.
지난 주말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려 하는데, 집에만 있기 갑갑해 덕풍동 학유정 약수터 뒷길을 산책 나갔다.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에 하는 산책은 운치도 있었거니와, 다른 주말처럼 붐비지도 않고 호젓해서 좋았다. 걷다 보니 중간중간 텃밭을 일군 데가 보였는데, 길가에 흰꽃과 보라색꽃이 소담하게 피어 있길래 무슨 꽃인지 아냐고 물었더니, 아니 도라지도 모르냐는 눈빛이 전해졌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도 못 알아봐서(7/25/19) 살짝 핀잔을 들었던 것 같은데, 또 당했다. 아니, 그도 그럴 것이, 도라지라는 게 노래에도 나오듯이 심심산천, 깊고 깊은 산자락에서 볼 수 있는 걸로 나는 알고 있었으니, 어쩌면 나는 그리 무식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보라색 도라지꽃도 예뻤지만, 꽃술이 완벽한 별 모양인 것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꽃잎을 단정히 오무린 채 발화(發花) 순서를 기다리며 대기하는 애들도 참 보기 좋았다. 아, 택배로 온 도라지도 무쳐서 잘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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