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불러서 산에 올랐다
Posted 2020. 9. 1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주일 오후, 오랜만에 집앞 검단산에 올랐다. 태풍이 지나고 난 다음 완연한 가을 하늘이 되었고, 커다란 뭉게구름이 어서 올라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초가을 산을 찾는 이들이 꽤 많아서 천천히 앞사람 발걸음에 맞추니, 오르내리는 길이 수월했다. 산 초입부터는 마스크를 안 해도 돼 벗어서 배낭 고리에 걸고, 이어폰으로 다운 받아 둔 팟캐스트 에피소드들을 여러 편 들었다.
한 시간 정도 오르니 5백 미터 정도 높이에 이르렀는데, 여기서부터는 등산로 왼쪽의 바위 구간에 접어들었다. 이 코스도 이제 제법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알려진 코스가 됐다. 날이 좋아선지 군데군데 아예 적당한 바위 위에 자리 잡고 누워 쉬는 이들도 여럿 보였다. 바위에 오르면서 쾌청한 시야가 확보됐는데, 팔당과 덕소, 한강 너머 서울 북쪽 산들과, 양평 쪽 산들이 경쟁하듯 길게 펼쳐졌다.
큰 구름은 산등성이와 산자락을 길게 덮으면서 여기저기 그늘지게 만들었는데, 이렇게 선명한 풍경을 보면서 산에 오르는 날도 흔치 않다. 이런 날은 내가 산을 오르는 게 아니라, 산이 그냥 밀어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방향에 따라, 바라보는 순간에 따라 구름 모양이 달라져 심심치 않았다. 요즘은 스마트폰과 연동해 드론 놀이를 하는 이들도 여럿 볼 수 있다. 사람의 발로는 이를 수 없는 저 위에서 보이는 숲 풍경은 또 얼마나 시원하고 새로울까. 갑자기 부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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