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아래 돌의자
Posted 2020. 8. 2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산길을 걷다 보면 번듯한 벤치나 길다란 통나무가 놓인 쉼터가 종종 보이는데, 사실 산길은 마음만 먹으면 어디나 앉을 자리 천지다. 커다란 바위 위나 적당히 평평한 돌 그리고 정 없으면 마른 나뭇잎이 깔린 자리도 잠깐 앉아서 쉬었다 가기 무방하고, 요즘처럼 무더울 때는 산길 옆으로 개울이 흐르기라도 하면 그 옆 그늘은 명당 자리가 따로 없을 정도다. 이도 저도 없으면 그냥 나무를 등받이 삼아 철퍼덕 주저앉아 쉬어도 아무도 뭐라 안 하는 게 산이다.
그래선지 낚시나 캠핑 갈 땐 간이 접이 의자를 챙겨가도, 등산길엔 두 번 접는 깔판(촛불 집회 때도 아주 유용했다) 정도만 챙겨 배낭 포켓에 넣으면 만사형통이다. 주일 오후 검단산을 오르는데, 등산로 초입부터 평소엔 눈에 띄지 않던 나무 옆 바위들이 계속 보이기 시작했다. 한 달 정도 쉬었다 오르려니 다리가 무거운 것을 눈치채고 초장부터 쉬어갈 짬과 틈을 보리는 것이다.^^ 괜히 무리하지 말고 앉았다 가라고, 그러다가 그냥 내려가도 괜찮다고 유혹하는 것이다.
아직은 가오가 있어, 이 정도 유혹은 눈에 안 찬다. 그냥 계속 걸어 올라가 능선을 만나면 벤치가 놓여 있고, 조금 더 올라가면 전망이 확보되는 바위 위에 서거나 앉을 수 있다는 걸 아는데, 이 정도에서 리듬을 끊을 순 없다는 걸 몸이 기억하고 있기에 그냥 내처 올라갈 수 있었다. 아직까지 나무 옆에 놓인 돌의자는 지켜봐 줄 순 있어도, 앉아서 쉬었다 갈 만한 친구들은 아니다. 그러기엔 산이 간직하고 내어주는 풍경은 깊고 다양하고 다채롭게 산재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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