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세콰이어 기어오르기
Posted 2020. 11. 2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가을비가 조금 많이 내리면서 메타세콰이어 잎도 많이 떨어졌다. 수북하게 쌓인 게 걸음을 옮길 때마다 딱딱한 산책로 바닥이 쿠션처럼 기분 좋은 느낌을 주었다. 메타세콰이어는 우람한 나무와는 안 어울리게 잎이 가느다란데, 미처 바닥에 떨어지지 않은 이파리 몇이 나무 줄기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꼭 물고기 뼈처럼 생겼는데, 갈라진 수피 사이에 낀 게 쉬 떨어질 기세는 아니었다. 대부분 떨어지던 방향을 하고 있었는데, 얼마나 버틸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개중에 어떤 건 그냥 이렇게 떨어지기가 못내 아쉬운지, 방향을 틀어 머리를 위로 향해 들고 있었다. 다른 이파리들에 비해 간격이 고르고 촘촘하고, 좌우가 가지런한 게 온전한 형태였는데, 저 위 원래 있던 가지까지 기어올라 갈 기세였다. 하루에 얼마나 올라갈 수 있을지, 지치지 않고 끝까지 버틸 수 있을지, 그럴 힘이 남아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기꺼이 응원해 주고 싶었다. 그래! 넌 할 수 있을 거야!
'I'm wandering > 동네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풍성하든지 앙상하든지 (2) | 2020.11.26 |
---|---|
강변 줄다리기 (0) | 2020.11.25 |
메타세콰이어도 물드는구나 (0) | 2020.11.20 |
철 모르는 녀석들 (0) | 2020.11.17 |
이상한 과일상자들 (0) | 2020.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