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 위의 친구들
Posted 2021. 3. 1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오랜만에 여주 강변유원지를 걷는데, 나무들 사이로 오후의 햇살이 내리쬐는 빈 벤치 구석에 맥주 캔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사람 둘이 나란히 앉아 있어야 할 자리에 그들이 마셨음직한 빈 캔이 흔적만 남기고 있었다. 물론 혼자 와서 두 캔을 마셨을 수도 있지만, 나란히 구석진 자리에 놓인 걸로 볼 때 둘이 각각 마시다가 놓은 것이겠거니 생각이 된다.
마셨으면 갖다 버릴 것이지 이리 놓는담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한쪽 구석에 단정하게 놓아서 강변의 한적한 오후를 유유자적 즐기는 모양새가 나빠 보이지 않았다. 대신 치워줄까 하다가, 이 앞을 우연히 거닐게 될 사람들의 눈에 띄는 즐거움을 뺏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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