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악어야
Posted 2021. 6. 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산길을 걷다 보면 쑥쑥 잘 자란 나무들만 아니라, 넘어지거나 부러지거나 뽑힌 나무들이 보인다. 산에는 디폴트가 나무인지라 그런 나무들은 특별한 인상을 주거나 주의를 끌지 못한 채 대개 그 자리에 오래 방치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바스라지기도 하고, 이끼도 생기고, 주위에 수풀이 자라면서 원래의 모습과는 다르게 보이는 게 많다.
그래서 그런지, 확실하진 않지만 산중에도 악어들이 사는 것 같다. 가끔 고즈넉한 산길을 걷다가 뭔가 있는 것 같아 사알짝 긴장하면서 시선을 돌려 보면 수풀 속에서 길다란 턱을 딱 벌리고 슬슬 기어나오는 것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는 녀석(들)과 본의 아니게 마주치게 된다.
물론 악어 모양의 통나무들인데(10/17/15), 그때의 아연한 느낌은 겪어보지 않은 이들은 모른다. 다행히 가까이가서 바라보려 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시치미를 떼면서 이내 얼음 땡이 되어 주는 게 무척 고마울 뿐이다. 이들은 가끔 낡아 바스러진 산길 계단(4/14/13)에서도 종종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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