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신흥
Posted 2021. 7. 1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한 달 전 하동 쌍계사를 갔을 때, 입구에 식당 하나가 보였다. 산사 초입에 있으니, 다른 것보다도 산채 음식을 잘할 것 같아 보였는데, 간판에 내세운 이름이 특이했다. 식당 이름은 <신흥 맛집>인데, 수식하는 건 <40년 전통>이다. 음~ 신흥, 신진, 신예, 신성 같은 이름은 생긴 지 얼마 안 되지만 나름 한 방이 있어 보여 다양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가능성은 작지만 동네 이름이 신흥리여서 신흥 맛집을 내세웠을 수도 있겠지만, 추측컨대 전통의 맛과 신흥 강자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속내가 보인다. 산사 앞 식당의 전통적인 맛은 아무래도 오신채를 쓰지 않는 절밥 스타일일 것 같은데, 그러면서도 수준급의 맛을 내는 어떤 전통과 비결이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물론 아무리 산사 바로 앞일지라도 산중 별미인 백숙을 안 하긴 어려울 것 같긴 하다.
산사의 산채류는 흔하디 흔하고 거기서 거기인 경우가 많으므로 뭔가 새로운, 새로 떠오르는 신흥 비법을 체득한,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요리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하게 만든다. 목포에서 거한 김치찌개와 갈치조림으로 남도 백반(6/26/21)을 만끽하고 올라온지라 배가 아직 꺼지지 않아 이 옥시모론(oxymoron) 같은 집의 비밀을 풀 기회는 갖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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