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의 고즈넉한 풍경
Posted 2021. 11. 1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11월 늦가을의 남한산성 풍경에 어울리는 수식어가 여럿 있겠지만, '고즈넉한'도 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몇 백년이 흐르면서 쇠락하고 무너져내려 보수를 거듭한 돌담들이 자아내는 감상은 "한적하고 아늑하며, 조용하고 다소곳하다"는 뜻을 지닌 이 단어와 아주 잘 어울린다.
밖에서는 2-3미터에서 5-6미터에 이르는 성벽이지만, 안에서는 나즈막한 돌담은 어느 부분을 클로즈업해 보거나, 전체를 조망해도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돌담 사이에서 자라는 잡풀이나 성 안팎의 나무들이나 뭐 하나 급할 것 없고, 꾸미거나 차리지 않아 차라리 정겹다.
산성은 지형에 따라 일자로 흐르다가 깊은 웨이브나 롤러코스터를 타는 곳도 있는데, 마침 보수해 놓은 돌담이 물결치듯 출렁이는 가운데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산성을 지키면서 큰 그늘이 되어 주고 있었다. 늦가을 산성은 이렇게 눈 닿고 발 닿는 어느 구석이나 한결 같이 고즈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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