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다리
Posted 2022. 3. 1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덕풍골 둘레길을 한 바퀴 돌다 보면 한쪽에 자작나무 군락지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 동네에 있는 산들 가운데는 군락지 규모가 가장 커서 걸음을 멈추고 지켜볼 만할 뿐만 아니라, 잠시 자작나무 숲을 걷는 기분을 선사하기도 한다.
자작나무는 나무 표면이 은은한 회색조를 띠어서 겨울 신사 같아 보이는데, 눈이 오거나 흐린 날은 주위와 자연스레 하나가 되고, 하늘이 파란 날은 살짝 도드라지면서 또 조화를 이룬다. 동네 자작나무들은 아직 아름드리 굵게 자라진 않았어도 훤칠하게 자라 하늘을 배경으로 잔가지들이 수놓는 풍경도 제법 볼만 하다.
이곳이 군락지라는 건, 일정한 길이로 잘려 뒹굴거나 모아져 있는 것들에서도 알 수 있는데, 그 중 몇 군데선 움푹 패인 데에 일렬로 놓여 다리 구실을 하고 있다. 웬지 이런 데 놓이기엔 조금 아깝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살짝 고급이랄까 로맨틱한 분위기도 느껴지니, 나름 소임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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