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갈색
Posted 2022. 11. 2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물론 아파트단지 안팎 그리고 한강 산책로가 온통 갈색으로 채색을 마쳤다. 메타세콰이어 산책로 1km는 양쪽에 심긴 나무들이 갈색 숲길을 이루고 있는데, 크고 무성해서인지 풍성하고 아늑한 느낌을 선사한다. 햇볕이 있을 때와 해가 뜨기 전이나 지고 나서의 풍경이 달라 걷는 시간대에 따라 색다른 느낌을 받곤 한다.
산책로 중간에 있는 연못의 연꽃들은 진작에 지고, 말라가는 연잎들과 그 사이로 연밥들만 남은 지 오래이다. 여기도 온통 갈색 투성이인데, 계절의 변화를 실감나게 느끼게 한다. 연꽃 수면에 떨어지고, 연잎마저 말라가면 이제 연못은 볼 게 없겠다 싶어 외면할 뻔 했는데, 성급한 판단이었다.
갈색은 푸르고 싱싱했던 녹색과 가지만 남은 회색의 중간기를 장식하고 있는데, 풍경으로만 아니라 인생사 같은 것도 상징적으로 대변해 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갈색 톤이 어색하지도 나쁘지도 않다.^^ 이건 이대로 볼만 한데, 하는 느낌을 새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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