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과 강대상 장식
Posted 2023. 2. 21. 07:46,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이틀간 남도 곡성에 있는 소망의 언덕 수도원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눈길을 끄는 게 두 개 있었다. 강단 전면 왼쪽의 십자가는 투박해 보였지만 소박했는데, 여느 십자가들과는 달리 벽면을 판 다음 나무 틀을 잡고 황토에 커다란 유리 구슬 같은 걸로 삐뚤빼뚤 장식해 네온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게 특이했다.
보통은 나무 십자가를 다양한 디자인으로 설치하는 데 비해, 이 십자가는 단순하면서도 나름 독특한 디자인이 계속 바라보게 만들었다. 안쪽의 구슬들은 십자가가 필요하거나 지고 따르는 사람들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했는데, 뭔가 의미가 있는 듯 없는 듯 보이는 게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시선을 끌었다.
강단에 놓는 강대상은 두꺼운 원목으로 소박하게 만들고 가로 세로로 놓인 흰 천 위에 목침 비슷한 나무 덩어리를 깎아 놓았는데, 멀리서 보면 마치 성경을 펴 놓은 것처럼 보였다. 이곳 시설들을 손수 만든 부원장님께 물어보니, 특별한 의미는 없고 허전해 보여 놓았다는데, 내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고 끄덕여 주었다.
부부 목회자가 운영하는 이 수도원의 숙소는 황토 벽에 멋을 낸 지붕이 동화 속 집처럼 보였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마루를 중심으로 여러 개의 작은 방으로 나뉘어 있다. 침대는 아니지만 뜨끈한 황토방에 긴 운전과 강의 청취에 몰두했던 하루의 곤한 몸을 뉘우고 아침을 맞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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