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선물
Posted 2024. 9. 2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윗층에 사시는 아주머니가 내려오시다가 우리를 보더니만 손에 들고 계시던 검은 비닐 봉지를 건네셨다. 텃밭에서 딴 호박이 들어 있었는데, 아마도 다른 분 주려다가 우리에게 전해진 듯 싶었다. 괜찮다고 사양하다가 애호박인 줄 알고 하나만 달랬더니, 제법 묵직한 둥근 호박이 들어 있었다.
새우젓과 들기름을 넣고 지져 먹으면 맛이 괜찮을 거란 간단 레시피도 들려 주셨는데, 재료가 좋아서 그런지 아내가 맛있는 호박볶음을 점심상에 냈다. 냄새도 근사하고 맛이 좋아 밥에 올려놓고 정신없이 먹고, 남은 것엔 밥과 김가루를 넣고 볶음밥으로 만들어 저녁에 또 먹었다. 재료가 좋고 간이 잘 된 건 이래 먹으나 저래 먹으나 맛있긴 매한가지였다.
그렇잖아도 요즘 금배추, 금무, 김금치(시금치)로 불리며 야채 값이 제법 나가고, 애호박도 몇 천원을 받는데, 여름 내내 힘들게 가꾼 텃밭에서 수확한 것을 공짜로 받으니 고맙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했다. 우리도 뭔가 작은 간식거리라도 답례를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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