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에 물든 호수
Posted 2024. 10. 18.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미국 서부 도시들
미국 서북부 워싱턴주 주청사 옆 캐피탈 호수에 석양이 물들자 호숫가 가까이 몰려와 앉아 있던 오리떼들이 서너 그룹으로 나뉘어 수면을 박차고 공중으로 힘차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뒤뚱거리기만 하던 오리가 헤엄도 치고, 날 줄도 아는 그야말로 육해공을 누비는 게 새삼 신기해지는 순간이다.
호숫가 나무들 사이에 놓인 벤치에 사람이 앉아 물드는 호수를 바라보는 순간 만큼 고요하고 안온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순간도 흔치 않을 것이다. 저 자리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노라면 무슨 생각을 하든, 누구를 기다리든 저 풍경이 주는 선물 같은 위로와 평안함에 물들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가을날 석양에 물든 호수에 마음까지 따라 물들어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문득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여기도 석양이 장난이 아니었다. 더 진하지도 더 연하지도 않은 저 순간의 하늘 풍경은 경탄을 금할 수 없게 만들었다. 누이가 왜 도착하는 날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여기를 데려왔는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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