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보는 걸까
Posted 2011. 5. 2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어버이날 용산가족공원에 어머니를 모시고 가서 입구에서 가까운 곳
한 바퀴를 돌고 연못 앞 벤치에 자리가 나서 앉았다. 날이 좋아 가족 단위로
쉬러 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대개는 어린이를 둔 젊은 부부들이 많았고,
더러는 데이트족들도 눈에 띄었다.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하늘도 보고 주변 풍경도 보다가 연못
가운데 놓인 나무 다리로 눈이 갔다. 양편에서 건너오는 이들이 끊이지 않았고,
중간쯤엔 연못에 사는 잉어나 물고기를 보려는 이들이 몰려 있었다.
누군가 빵부스러기 같은 먹이를 주자 기다렸다는 듯이 어른 팔뚝보다
훨씬 큰 물고기들이 다리밑 수면 가까이로 몰려 들었다. 때마침 연못가에서
노닐던 오리 두 마리도 합세해 다리 밑으로 유유히 헤엄쳐 왔다.
구경꺼리가 생기면 남녀노소는 무의미해진다. 다만 꼿꼿하게 서서
보느냐, 고개와 등을 숙여 좀 더 뚫어져라 보느냐, 아니면 누구보다 힘센
아빠 팔에 의지해 목책 위에 편히 앉아 구경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멀찍이 앉아서 그들을 가만히 지켜보노라니 그들이 보고 있는
건 물고기와 오리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을 보고 있었다. 처음엔
몰랐는데, 봄을 맞아 밝고 화려해진 옷색깔이 수면에 비취는 걸로 볼 때
좀 더 분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