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가 떴네
Posted 2011. 5. 2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그제 퇴근길에 단지 정문과 후문 사이가 몹시 혼잡했다. 이틀간 길 양편에
야시장이 선 관계로 몰려나온 사람들 사이로 차들이 고전하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9시가 조금 안 된 시간에 한 바퀴 둘러보았다. 매주 금요일에 작은 규모로
장이 서지만, 가끔 이렇게 버라이어티하게 장이 서는데, 제법 볼 만 했다.
먹을거리들이 대종을 이루는 가운데 이발소 그림들도 도로 한 켠에
길게 전시돼 있다. 유심히 보는 손님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이게 빠지면
장터는 심심하고 구색을 갖추기 어렵다. 상인들이 정말 이런 그림이 팔릴 거라
생각해서 가져온 건지 모르겠지만, 우리 세대에겐 익숙한 풍경이다.
음악소리가 들려 다가가니 CD와 DVD를 파는 트럭이 서 있고, 스피커에서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디스플레이된 음반들 사이에 모니터가 있었는데,
훈아 형님의 미국 공연 프로였다. 자석에 끌린 듯 서서 세 곡을 들었다.
10분 남짓한 짧은 순간이지만 <나가수>와 <위탄> 그리고 <세시봉>이
건네는 느낌과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괜히 나훈아가 아닌 것이다. 그
앞뒤로 전설이 되고 샛별 같은 이들도 수두룩했지만, 남자 가수로 이만한 가수는
불세출까진 아니어도 정말 나오기 어렵지 않을까.
취향상 노래방에서 쉽게 고를 수 있는 레파토리는 아니지만, 언제 들어도
낯설지 않고 흥얼거리게 만드는 가수는 흔하지도 않지만, 있어도 그와는
유가 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