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아니 장충단 수표교
Posted 2024. 12. 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어렸을 때 그러니까 60년대 서울 풍경은 전차와 창경원 등 몇 장면을 빼곤 거의 기억 안 나고, 70년대는 조금 더 기억나는데, 시내에 나가면 청계천 2가 언저리에 수표교회(감리교, 1909년 설립, 지금은 서초동으로 이전)란 데가 있었다. 수표를 찍어내는 교회는 아니겠지 하는 실없는 생각을 했는데, 청계천 물 수위를 측정하는 수표교(水標橋)라는 다리가 있던 지역이라 그런 이름을 쓰고 있었더랬다.
그러고 보니 수표교회는 봤어도 막상 수표교를 본 적은 없는데, 이번에 사연을 알게 되었다. 청계천 복개 공사를 하면서 1965년에 장충단공원으로 옮겨 놓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다리가 흙이나 나무로 만든 토교나 목교가 아니라, 조선 초기에 커다란 돌로 놓은 석교라는 것이다.
안내판을 보니 모두 화강석을 길고 두툼하게 다듬은 다리로, 길이 27.5m, 폭 7.5m, 높이 4m에 이르는 제법 큰 공사였고 당시로는 굉장하고 근사한 다리였을 듯 싶다. 아닌 게 아니라, 다리가 지금도 건너다닐 수 있고, 제법 모양새도 예쁘고 운치가 있다. 교각 하부는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마름모꼴로 만들었다는데, 당시 공법이 꽤나 발전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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