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최후
Posted 2025. 8. 1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예년에 비해 한두 주 일찍 찾아와 한 달 반 넘게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도 요며칠 조금 수그러들어 모처럼 지낼 만한 여름날이 이어졌다. 입추가 지나고 말복이 지났으니 더위도 한풀꺾일 만하지만, 창가에 날아와 울어대는 매미 소리는 아직 여름이 끝나려면 한참 남았다고 알려 주는 것 같다.
동네를 걷다 보면 벚나무, 메타세콰이어 등 커다란 나무 줄기에 뭔가 찰싹 달라붙어 있는 게 보이는데, 매미 성충이 탈피해 매미를 날려보내고 껍데기만 남긴 것이다. 어떤 나무엔 몇 마리가 아니라 아랫쪽부터 윗쪽까지 수십 개가 붙어 있는데, 껌딱지처럼 딱 붙어서 탈피의 마지막 과정을 보낸 흔적을 보이고 있다.
매미는 보통 "땅속에서 7년, 땅 위에서 7일" 산다고 하는데, 우리에게 찾아와 건강한 울음을 들려주기까지 긴 인고의 시절을 보내고 날개를 들썩이면서 요란하게 울어대는 것도 며칠밖에 할 수 없지만, 여러 마리가 배턴 터치를 하면서 번갈아가며 찾아왔던 모양이다. 이제 8월 중순에 접어들어 슬슬 매미 소리도 그칠 때가 됐는데, 찌는듯했던 무더위도 함께 데려가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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