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새벽산책
Posted 2025. 9. 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선과 강이 지척에 있는 천혜의 조건을 안고 누리며 살고 있지만, 여름날의 산책은 쉽지 않다. 월간 행사 정도로 거의 개점휴업 상태로 지내다가 9월이 되면서 슬슬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면서 새벽에 일어나는 건 일도 아니지만, 관건은 창밖으로 보이는 아침노을이 연출하는 기세다.
오랜만에 동이 막 터오르는 시간에 집을 나섰다. 대단한 일출까진 아니어도 예봉산 허리에 물안개까지 둘러서 제법 볼만한 풍경이었다. 강 건너엔 산줄기들이, 팔당대교가 지나는 한강과 습지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생각 같아서는 거의 매일같이 같은 시간대에 나와서 변화하는 계절의 풍경을 잡아내고 싶지만, 월간에서 주간 정도로 간격을 좁히는 게 우선이다.

습지의 수양버들은 풍경을 가리는 것 같아도, 그 자체로 풍경이 되어 준다. 나무와 나무 사이엔 칡덩쿨들이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데, 그 중 어떤 것들은 커다란 강아지 처럼 생겼다. 무덥고 가물었다고는 해도, 이들이 지닌 왕성한 생명력은 시도 때도 가리지 않는 것 같다. 조금 더 선선해지면 아내와 저녁 산책도 슬슬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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