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시 두 편
Posted 2023. 7. 1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서울과 수도권을 다니는 지하철 역수가 얼추 2, 3백 개는 되지 않을까 싶은데, 자주 오가는 십여 개의 역 외에 오랜만에 들르는 역 플랫폼 스크린 도어에도 시들(4/16/23)이 새겨 있어 기다리는 시간에 잠시 감상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교과서 등에서 이름을 들어본 시인들도 있지만, 시민공모작으로 선정된 시민 시인들의 싯구도 볼만한 게 많다.
얼마 전 3호선 압구정역에서 <배우자>란 시를 봤는데, 배우자를 명사와 동사로 쓸 수 있는 데 착안한 짧지만 뼈를 때리는 언어유희가 빛났다. 아하,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하게 만드는 시였다. 간단하고 쉬워 보이지만, 의외로 잘 안 하거나 못하는 수가 많았다는 걸 자책하고 수긍하게 만들었다.
2호선 삼성역에선 오랜만에 육사의 묵직한 시 한 편을 볼 수 있었다. 옛날 분이어선지, 요즘 잘 안 쓰는 한자어가 거의 매 줄마다 나오고, 문장도 옛스러워 요즘 세대들에겐 영어 문장 해석하는 것 못지 않게 어렵게 보일지 모르겠다. 나도 열차가 오기까지 계속 시어를 곱씹으며 뜻을 헤아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