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레도도 갔다 와야지
Posted 2024. 6. 1.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Finally Europe
마지막 도시 마드리드는 스페인의 수도이지만 다른 여행지들에 비해 미술관들 외엔 딱히 두드러진 게 없어 이삼 일 머물면 근교 톨레도와 세고비아를 다녀오곤 한다. 우리도 두 도시를 하루에 다녀오는 투어를 예약했는데, 그라나다에서 사정이 생겨 급히 일정을 취소해야 했다. 톨레도는 못 가는가 했는데, 다행히 잘 풀려서 버스를 타고 다녀왔다.
옛 수도이기도 했던 톨레도는 안 갔으면 후회할 뻔 했다. 톨레도를 40분간 한 바퀴 도는 꼬마기차(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도 나온다)를 타고 골목을 누비다가 전망대에서 10분간 내려 바라보는 전경이 끝내준다. 마침 피어오른 뭉게 구름과 어울려 몽환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유럽의 벽돌과 기와가 빚어내는 차분한 풍경사진은 그냥 그대로 정지 화면이 되어 보는 이들을 매료시킨다.
톨레도 대성당은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는데, 제단의 프레스코 그림들이 금박 비스므리한 장식들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웅장하고 장엄하면서 거룩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저리 높고 화려하게 지었으니, 들어오는 이들마다 압도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유럽의 성당들은 천장이 높은 탓에 어디나 대체로 약간 어두운 분위기인데, 이게 은근히 아우라가 있다.
역대 교황들을 그려 놓은 건가 했는데, 대성당이니 역대 대주교들의 초상을 크게 그려놓은 것 같은 공간이 있었다. 아는 이가 하나도 없어 친밀감을 느끼지 못해서인지 음~ 이런 걸 굳이 그려놓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조선 시대 임금들을 치세 순으로 모아놓은 것처럼 이 동네 사람들에겐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여행객들 사이로 소풍인지 현장학습을 온 학생 무리가 보였다. 떠들썩 활달하다가도 진지할 땐 또 한없이 차분해지는 이 친구들이 참 보기 좋았다. 한때 PIGS(Portugal, Italia, Greece, Spain)로 불리며 위축되긴 했어도 오랜 세월 세계를 주름잡았던 뿌리 깊은 역사를 보고 듣고 배우며 호흡하게 만드는 스페인의 저력이 느껴졌다.
'I'm traveling > Finally Europ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르셀로나 맛집 Ciutat Comtal (2) | 2024.06.03 |
---|---|
바르셀로나 맛집 Casa Lolea (5) | 2024.06.02 |
세비야 대성당 (2) | 2024.05.31 |
투우의 발상지 론다 (5) | 2024.05.30 |
지중해 일광욕을 부르는 네르하 (1) | 2024.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