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칼과 빵칼
Posted 2011. 9. 18. 00:4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모닝빵 두 개를 반으로 잘라 구으려고 나이프를 댔는데, 생각보다 잘 안 잘라졌다. 하나는
낑낑대다 삐뚤빼뚤 자르고, 다른 하나는 할 수 없이 빵칼을 댔더니 기가 막히게 스무스하게
잘렸다. 잘 잘릴 뿐만 아니라 단면도 확연히 차이가 났다.
잼칼로 힘을 주어가며 얼기설기 자른 빵이나 빵칼로 별힘 안 들이고 반듯하게 자른 빵이나
맛은 매한가지일 것이다. 버터나 잼을 바르는 데 딱히 차이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입에
들어가면 씹히면서 동일한 맛을 낼 것이다.
이 현상이 재미있어서 새삼스레 빵칼을 살펴보니, 칼날 모양이 다르다. 조금 얇기도 하지만
작은 이빨 같은 게 촘촘히 나 있다. 날카롭진 않지만 빵은 물론 웬만한 식재료들이 잘 썰리게
생겼다.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없으면 필요할 때 조금 아쉽긴 할 것 같다. 주부는 아니지만
주방에 하나 정도 있을 만 하겠단 생각이 든다.
칼이 다 같은 칼이 아닌 모양이다. 빵을 써는 데는 빵칼이, 잼을 바르는 데는 잼칼이, 종이를
자르는 데는 문구용 칼이 유효적절하다. 잘 썰린다고 해서 저 칼로 잼을 발라 먹긴 불편할 것이다.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쓰려면 제자리에 놓여 있고 깨끗이 닦여 눈에 띌 필요도 있다.
경우와 상황에 맞춰 준비되어 있는 걸 Available하다고 하고, Faithful하고 Teachable한 것과
함께 제자도(Discipleship)의 중요한 자질로 여겨왔다. 나이 먹을수록 숙련도와 노련미를 갖추면서
젊을 때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준비되고 유용한 존재가 되어야 하는데, 만만치 않다. 잼칼과
빵칼을 보면서 문득 어베일러블한 존재가 돼야 한다는 걸 다시 생각해 본다.
'I'm wandering > Joy of Discove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로방스의 예쁜 창 (2) | 2011.09.23 |
---|---|
프로방스의 예쁜 집 (2) | 2011.09.22 |
세 코스로 즐긴 예술의전당 나들이 (2) | 2011.09.15 |
할로윈 나이트 에버랜드 (6) | 2011.09.14 |
오랜만에 에버랜드 (0) | 2011.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