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산에 오르다
Posted 2011. 10. 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토일월 사흘 연휴로 기분 좋게 시작한 시월에 주말 산행을 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그걸 달래
주기라도 하듯 사흘째 되는 개천절에 등산 모임이 잡혔다. 전에 다니던 교회에서 하던 가정교회
식구들에 일 년에 서너 차례 모여 밥 먹고 놀기도 하는 주변 식구들까지 네 가정이 야매 목장이란
이름으로 분기별 비공식, 순자유, 왕재미 목장 모임을 하고 있는데, 산에 한 번 가기로 하다가
천마산행이 추진된 것이다.
족보 있는 산의 등산로 초입엔 어디나 있는 등산 안내도 앞에서 작전타임. 빨간색 역삼각형
표시가 출발점인 관리사무소 앞이고, 정삼각형은 목표지인 천마산 정상으로 812m였다. 우리의
작전이 뭐였냐고? 그냥 갈 데까지 가 보자는 것, 가다가 지치면 아무데서나 잠시 쉬자는 것 외에
다른 뭐가 있겠는가.
날씨 한 번 기똥차게 좋았다. 기온도 적당하고, 바람도 없어 10분쯤 걷고서는 다들 자켓들을
벗어 배낭에 넣거나 매달거나 하고 올라갔다. 이 산도 초장엔 줄곧 오르막이다. 경사가 심하진
않지만, 오르막이 계속되면서 거의 10분 간격으로 쉬자고들 했다. 어느 산이나 있기 마련인
깔딱고개가 여기도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이 깔딱고개를 넘으면 깔깔거리게들 된다.
이럭저럭 3, 40분 정도 올라가자 오르막이 그치고 능선을 걸을 수 있었다. 다들 한숨 돌리면서
비로소 아래쪽 경치도 감상하고, 대화도 속도가 붙는다. 천마산은 등산하는 재미가 제법 있는
산이었다. 높이도 제법 되고, 약수터도 몇 군데 있고, 등산로도 잘 정비되고, 산의 전망도 좋아
나중에 다시 한 번 오고 싶어지는 산이었다.
10시 반에 등산을 시작해 12시가 조금 안 됐지만 그늘로 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네 가정이
떡이며 김밥에, 치즈케익과 과일, 오이에 갓 담근 김치까지 혼자 등산할 땐 꿈도 못 꾸는 성찬이
진설됐다. 다들 잽싸게 젓가락질 하면서 좋구나, 맛있네를 연발한다. 타 온 커피에 타 먹는 커피,
그리고 매실차까지 마시니 즐거움은 배가 되고 지친 다리에도 힘이 나기 시작한다.
8백 미터 넘는 산은 복병이 숨어 있게 마련이다. 정상으로 통하는 능선을 타려면 이 바위부터
올라야 한다. 두꺼운 밧줄과 함께 철발판이 박혀 있어 제법 암벽 타는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누가 이런 수고를 했는지 몰라도 덕분에 걷고 오를 뿐 아니라 타는 재미도 맛봐 이야기거리가
풍성해졌다.
드디어 네 가정에 어른만 일곱, 아이 둘 도합 아홉이서 천마산 정상을 밟았다. 삼십 년도 더 전에
예 올라와 바위 위에 높이와 방위까지 표시한 정상 철판을 새겨놓은 이들이 있었다. 지난주에 대학
합창반 동문들과 청계산을 갔다 온 로즈매리도 과히 힘들지 않게 올라온 것 같았다. 저 뒷쪽으로는
용문산도 보이고, 그 반대쪽엔 우리집에서 멀지 않은 운길산, 예봉산도 한 눈에 펼쳐지는 게 단풍
들 때 다시 오면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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