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 북문에서 서문 가는 외벽길
Posted 2011. 8. 2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토요일 늦은 오후 오랜만에 로즈매리와 남한산성을 다녀왔다. 10여 분 걸리는 고골유원지에
주차하고 20분 정도 1km를 오르면 북문이 나오는데다 숲이 울창해 둘이 검단산 산곡 방면과 함께
자주 다니는 길이다. 8월 마지막 주말 하늘은 높고 푸르고 흰구름도 두둥실 쾌청하지만 제법
무더운 날씨였다.
등산로 초입에 오래된 벤치가 하나 있는데, 온통 풀로 뒤덮여 그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얼마 안 떨어져 계곡물이 흐르는데다 초입이라 원래도 딱히 앉을 사람은 없어보이는 지점에 놓여
찾는이가 없으니 이렇게 수풀들 차지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온통 초록에 비주얼은 좋았다.
끄덕여진다. 한강 나룻배로 물자를 실어와 마소로 여기까지 부린 다음엔 등짐으로 남한산성에
옮겼다는 것이다. 동네 이름과 당시 도로 사정, 운반 시설과 인부 등이 잠시 사극의 한 장면인 양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공남, 계백 등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 보다.^^
북문까지는 숲 사이로 별로 힘들지 않게 올라갈 수 있다. 서문까지 갈 생각으로 왔는데,
잠시 성벽 안길로 갈지, 바깥길로 갈지 고민하다가 많이들 안 다니는 외벽길로 접어들었다.
북문에서 서문은 다시 1km인데, 평탄해서 얼마 안 걸리기 때문에 외벽을 걸어도 사실
별로 힘들 건 없다.
작년 5월에 남한산성을 북문-서문-남문-동문-북문 외벽길로 일주한 적이 있는데,
두 시간 조금 더 걸렸다. 서문 가는 길은 한여름이라 풀이 많이 자라 있긴 했지만, 예상대로
힘들진 않았다. 성안길로는 다니는 이들이 꽤 되지만 여름철에 이 길은 거의 다니는 이가
없어 고즈넉하고 한가했다.
그런데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5분을 채 못 가 무릎을 넘어 허리께까지 자란 수풀로 길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 여름을 보내면서 제멋대로 자란 풀들 세상이었다. 외벽길은 왼쪽으론
산성을 끼고 있지만, 오른쪽은 산 아래로 비탈이 심해 잘 살피지 않고 잘못 디디면 자칫 굴러
떨어질 수도 있는 길이다. 초행길이었다면 당황했을 것 같다.
둘 다 반바지에 등산화 차림이고 손엔 아무것도 없어 거의 무릎으로 수풀을 헤치면서
나가야 했다. 풀독이 오를 수도 있고, 행여 길이 막히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잠깐 들었지만,
그렇다고 되돌아가기도 뭐해 그냥 전진했다.
도중 두어 곳에 생뚱맞아 보이는 월담하지 말라는 알림판이 서 있었다. 평소라면 뭘 이런
걸 세워놨나 했을 텐데, 오늘은 우리 마음을 알아차리고 경고하는 것 같았다. 성벽이라기보다는
담벼락에 가까워 낮은 데를 고르면 월담은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았는데, 소셜 포지션과
모랄 에티켓 그리고 두어 번 다녀본 타박타박 트렉커 경험으로 존중해 주기로 했다.
고진감래, 다시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때마침 햇빛도 비춰온다. 2/3쯤 온 것 같은데,
옆으로 길게 옹벽이 보이고 그 사이로 성안으로 들어가는 샛길이 있었다. 옹벽부터 서문까진
바깥길도 산책하기 편한 길이 이어져 오가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봄가을엔 앞사람 뒷축을
보며 걸어야 할 만큼 많이 몰리는 인기 있는 길이다.
서문에 이르니 안 다닌 사이에 위례 둘레길이 조성되면서 팻말이 많이 늘었다. 서문으로
들어가 그늘을 찾아 갖고 온 냉커피 한 잔 마시면서 두부과자를 먹으니 이것도 별미로다.
5백 미터 거리의 수어장대(West Command Post)까지 가서 오랜만에 자세히 구경하고 다시
서문-북문-고골을 거쳐 하남에 새로 생긴 국수집에 들리는 걸로 산성 나들이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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