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표 녀석
Posted 2011. 10. 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이번 천마산 등반에는 진표네 가족이 함께했다. 진표는 어려서부터 엄마빠 그리고 누나와
함께 여행을 많이 다녀서인지 붙임성이 좋고 호기심이 많은 초딩이다. dong님을 털보 아저씨라
부르면서 어떻게 붙어다니고, 이런저런 질문을 해대는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분들의 늦둥이로
보기도 한다.^^
최신형 항공기 A380을 비롯해 기계에 관심 많은 녀석의 궁극적인 관심사는 털보 아저씨의
크고 묵직한 DSLR이었다. 찍는 걸 지켜도 보고, 질문도 하고. 만져도 보다가 아저씨에게 마음을
들켜버렸다. 급기야 마음씨 좋은 털보 아저씨에게서 건네받아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작은 손으로 몇 장
찍어댄다. 나도 녀석에게 몇 장 찍혔다.
이 날 우리는 dong님이 준비한 소, 소, 소 자로 끝나는 말장난을 많이 했다. 영리한 진표는
이런 두뇌 게임을 좋아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유식한 소는? 알겠소!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소는? 죽겠소!
일하기 힘들어 할 때 소가 하는 말은? 살려주소!
진표는 dong님만 아니라 forest님, 그리고 나와 로즈마리에게도 가까이 붙어 말을 걸고
대답도 곧잘했다. 어른들하고 말을 주고 받는 게 저리도 좋을까.^^ 곱상하기도 하지만, 생각이
깊은 아이여서 말을 섞는 게 힘들지 않고 오히려 재미지다.
쇼맨십도 제법 있어서 어른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면 정색하고 스타 포즈를 취할 줄도 안다.
그래도 역시 8백 미터 등산은 힘들었는지 쉬었다 가자는 말을 우리 중 제일 많이 했다.^^
그런데 그 말은 어른들의 컨디션과 맘을 헤아린 녀석의 총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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