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내리 가을 풍경
Posted 2011. 10. 1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승원봉에서 내려오는 길에 살짝 가을을 만났다. 능내리 쪽 등산로가 끝나는 지점은 천주교
소화묘원으로 이어지는데, 담력이 약해 묘지들은 피하고 길가 돌담과 나무들에만 시선을 주었다.
묘지 한 구역을 받치고 있는 돌담벽에 치렁치렁, 아니 주렁주렁, 어찌 보면 너울너울 달려 있는
담쟁이들에서 가을색이 보인다.
소화묘원 후문, 그러니까 등산로 바로 전에 주변 나무들에 비해 훤칠한 나무가 몇 그루
서 있는데, 가을색으로 물든 나뭇잎이 중간중간 어울려 있었다. 갈색이 좀 더 넓게 물들어
농익은 가을을 만나도 좋겠지만, 이렇게 가을 분위기를 전해 주는 정도도 보기에 좋은 것 같다.
초록 일색이라거나 단풍 가득이었다면 느낌이 아주 달랐을 것이다. 이렇게 적당히 섞여
서로의 존재를 빛내주면서 자신을 지키는 순간이 가을을 느끼는 데는 더 편하다. 너무
팔팔하지도, 너무 쓸쓸하지도 않은 요즘 내 나이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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