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원 뒷픙경
Posted 2011. 10. 1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능내리 천주교 소화묘원은 예봉산 자락이라 대부분의 공동묘지들이 그렇듯이 산과의 경계가
조금 모호하다. 어디까지가 묘지이고, 어디서부터 등산로가 시작되는지 잘 구분이 안 간다는 말이다.
나름대로는 이렇게 후문 쪽에 차량 출입 바리케이트를 세워 놓았지만, 딱히 묘지가 끝나는 지점도
아니었다.
묘원은 일반적으로 양지 바른 산비탈에 자리잡기 때문에 경사가 심하고 도로가 좁아 일방통행을
해야 하는데, 끝부분이라 꽤 높은 데 위치한 예까지 찾는 차량이 많지 않아서인지 진입금지를 알리는
팻말만 세웠을 뿐 굳이 진입을 막는 것 같진 않았다. 하긴 묘지가 여기 있지 않는 한 옆의 정방향 도로를
두고 하필이면 이 좁고 높은 길로 들어서서 낑낑대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철제 바리케이트는 세워진 지 오래 돼 보였고, 거의 언제나 저렇게 개방돼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닫거나 잠궈놓아도 사람은 옆으로 얼마든지 다닐 수 있어 보였는데, 묘원 측에서 이용자들의 편의를
감안해 항상 열어놓는 현실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 같았다. 꼭 천주교라서 그렇지는 않겠지만,
확실히 개신교보다는 현실적이고 신축적이고 인간적인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꼭대기 부분에는 사용 연한이 끝났는지 비어 있는 묘터가 몇 군데 눈에 띄었는데, 방치된 지 오래
됐는지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전망이 좋은 공터에는 뜻밖에도 철봉과 평행봉이 서 있는데, 낡아
녹이 슨 게 한눈에 보기에도 오래 전에 세워진 게 분명했다. 묘지 안에 운동기구를 세운 의도가 무엇인지
쉬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오가는 등산객들이라면 모를까 설마 잠든이들이 밤에 운동하러 나오는 건
아닐테지.^^ 그리되면 문자 그대로 월하의 공동묘지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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