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도라지 고등어조림
Posted 2011. 12. 14.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놀멍 쉬멍 걸으멍
몇 해 전까지 제주도 음식 하면 특별히 떠오르는 게 없던 내게 2년 전에 먹은 도라지의 고등어조림은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 이번에 다시 이 식당을 방문했다. 우리가 간다는 말을 듣고 제주 아름다운교회의 이종한 목사가 도착하는 우리에게 도라지에서 점심을 냈기 때문이다.
도라지는 대형 식당인데, 갈치구이와 고등어조림 그리고 뚝배기로 유명하다. 전복과 한치 물회도 있고, 보쌈 비슷한 돔베고기도 메뉴에 있고, 1인당 3만원에 여러 가지를 맛볼 수 있는 코스 요리도 개발돼 있었다. 내부도 현대식으로 잘 꾸며져 있고, 관광객들을 비롯해 손님도 많아 주차장엔 늘 차량들로 북적인다. 식당이 너무 크면 음식이 별로겠지 하겠지만, 전에 먹은 구이와 함께 조림도 평균 이상은 하는 집이다.
열한 명이 세 테이블에 앉아 한 상당 고등어조림(3만7천원)과 뚝배기(1만3천원)를 각각 하나씩 시켰는데, 그 정도면 충분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나 서로 안부를 나누던 우리는 음식이 나오자마자 말을 잊고 흡입 모드로 들어갔다. 맛있는 음식은 먹는다기보다 흡입한다고 써 줘야 한다.^^
이 집은 반찬도 정갈한 게 맛있었는데, 서울에선 볼 수 없는 자리 조림이 우선 눈길을 끌었다. 7-8센티 크기에 제법 통통한 게 머리며 뼈까지 그냥 씹어 먹을 수 있는데, 짜지 않게 잘 조린 게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도시 촌사람들이 정신없이 먹어대니까 리필도 여러 번 눈치있게 해 주었다.
이 집 이름이기도 한 도라지 무침도 있는데, 세상에! 도라지가 이렇게 부드러운 맛인 줄은 처음 알았다. 사각사각 씹히는 게 무 같기도 하고, 배 같기도 한 게 도라지한테 이런 신통한 맛이 있었나 싶었다. 왜 상호를 도라지라 붙였는지 궁금했는데, 조금 알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이날 우리의 메인은 고등어조림. 한 사람당 반마리 정도의 생고등어와 크게 썬 무가 양념이 잘 배여 조려 나왔다.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중간 크기 정도의 고등어는 살점도 크고 두껍고 부드러운 게 입에서 부드럽게 씹혔다. 조림 국물은 살짝 매콤하면서도 단 맛을 내 밥 비벼 먹기 딱 좋았다.
집에선 주로 냉동 고등어를 구워 먹다가 이렇게 생고등어를 조려 먹으니, 그 맛이 새로웠다. 옛날 같으면 추가 밥 한 공기 했을 텐데, 밥보단 반찬을 좋아해 한 공기로 족했다. 어라! 그러고보니 내 접시에 덜어 놓은 무까지 생선 대가리 모양일세.^^ 그거 참, 신기한 노릇이로다.
뚝배기도 내용이 실해 국물맛이 시원한 게 고등어 조림의 매운 맛을 씻어 주었다. 나는 주로 고등어를 공략하느라 뚝배기 해물은 처음 맛보는 이들에게 돌리고, 국물만 여러 숟가락 떠 먹었다. 지난 달에 직원들과 올레길 왔을 때도 들리고 싶은 집이었지만 동선이 안 맞아 안 들렸는데, 그때 함께했던 로즈마리가 입맛 다시면서 왜 안 갔었냐고 할지 모르겠다. 다음에 모실 기회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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