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제주에서 요트를 탔다
Posted 2011. 11. 12.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놀멍 쉬멍 걸으멍
이번 제주여행에선 뜻밖의 행운도 있었는데, 그건 바로 초대형 크루즈 요트를 한 시간 넘게 탄 일이다. 올레길 걸으러 갔다가 럭셔리 세일링(Luxury Sailing)을 하게 된 것인데, 사연인즉슨 여행을 준비하면서 첫날엔 올레7코스를 걷고, 둘째날엔 뭘 할까 고민하던 중 제주올레 홈피를 읽다가 올레 패스포트 지참자에겐 아침 첫 시간 요트 여행이 공짜라는 정보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면서 일이 시작됐다. 사전예약하고 8코스가 있는 소박한 대포항으로 아침 먹고 고고싱~
우리가 탈 초대형 62피트 크루즈 요트 그랑블루 620호가 항구에 정박해 있다. 국내 기술로 건조된 알루미늄 재질이며, 길이(LOA) 17미터(62피트), 폭(BOA) 9.5미터에 마스터높이가 24미터, 최대속력 15노트(시속 30킬로), 최대승선인원 53명의 대형 요트였다. 침실과 화장실 각 2개와 메인살롱, 와인바, 세탁실 등을 갖춰 한 눈에 보기에도 뷰티풀하고 럭셔리했다.
원래 이용 요금은 한 시간에 6만원, 90분에 8만원인데, 영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돼 오픈 기념으로 올레 여행객들에게 아침 첫 배는 공짜로, 다른 시간대는 30% 할인해 주고 있었다. 할인 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올레 패스포트가 필요해 우리도 1만5천원씩 주고 샀으니, 실제로는 75% 할인된 요금에 이용한 셈이다. 대포항을 출항해 주상절리-중문해수욕장을 거쳐 다시 대포항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생전 처음 요트, 그것도 상당히 럭셔리한 걸 탔으니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위 아래를 다니면서 여기저기 찍어본다. 썬 루프 같이 위로 열 수 있는 창이 서귀포 바다의 뭉게 구름을 잔뜩 담아주고, 그 위에 선 내 실루엣을 포착한다.
제주 바다는 수심이 얼마쯤 되나 궁금했는데, 개방된 기계실의 항법장치를 보니 수심 18.7미터에 속도는 7노트쯤 내고 있었다. 옆에는 항로가 표시된 전자지도도 있었다. 마도로스 키를 잡고 있는 젊은 선장에게 이것저것 물으니, 친절하게 설명해 주면서 연료는 디젤을 쓴다고 한다.
요트 위에선 한라산도 볼 수 있는데, 한참을 달리더니 주상절리 앞에서 속도를 늦추면서 접근해 사진 찍을 시간을 준다. 이걸 보려고 8코스를 걷는 이들도 꽤 많은데, 이번에 우린 바다 위에서 그 멋진 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기념 사진 찍는 이들도 있었지만, 가만히 있어도 불어대는 바닷 바람은 그냥 눈으로 즐기라고, 눈에 담아 두는 것도 괜첞다고 손짓한다.
삼삼오오 얌전히 앉아서 저 멀리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했고, 마스터 앞에 서서 흰 구름을 배경으로 설정샷을 찍는 이들도 있었다. 그래~ 당신들 오늘 충분히 멋지다.^^ 빨간색 자켓을 입고 있는 언니는 승무원인데, 선실 테이블에서 과자, 귤, 와인, 간단한 회 등을 서비스로 냈다. 요트 위에서 낚시도 할 수 있도록 낚싯대와 미끼도 있고. 잡으면 즉석에서 회를 쳐 주기도 한다고 한다.
제주 바다에서 처음으로 한 시간 정도 타 본 요트 크루즈는 근사했다. 먼 바다로 나가 오래 머물진 않았어도 어떤 맛에 사람들이 요트를 즐기는지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한여름이었다면 나도 웃통을 벗고 저 그물망에 누워 작열하는 태양을 온몸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올레길을 걸으면서 눈에만 담아 두었던 제주 바다가 지금 그랑 블루호를 탄 내 몸 위로 눈부시게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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