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선 전복죽이지
Posted 2011. 12. 13.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놀멍 쉬멍 걸으멍
12월 첫날 뉴질랜드에서 돌아와 일주일이 채 안 된 7일 아침 제주로 가는 이스타 항공에 몸을 실었다. 2080 운영위원회가 제주에서 1박2일로 열리기 때문이다. 한 달여 전에 직원들과 가을 리트릿을 올레길로 다녀왔는데, 다시 제주도를 밟게 된 것이다.
내년이면 9년째 일하게 되는 Young2080은 5-6년 전까진 한 덩어리로 일하다가 사역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분화되는 과정을 밟고 있는데, 한 달에 한 번 리더십들이 운영위원회로 모이면서 사역을 조율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One Band, One spirit을 추구하는 건 변함이 없다. 중앙과 R & D본부의 고직한, 김휘중, 송기태, 사역본부에서 이름을 바꾼 WhyLC의 장완익, 훈련원에서 이름을 바꾼 EMC의 양승훈 대표가 함께했다. 갑작스레 모친이 응급실에 입원한 코칭본부의 전경호 목사만 빠졌다.
올레길은 거의 누구에게나 만족스런 여행의 기억을 남겨줘 어찌보면 해외보다 더 나은 구석이 있다. 자리가 자리니만치 회의는 밤 시간대로 돌리고 첫날은 6코스를, 둘째날은 8코스를 각각 반씩 걸으면서 사역보다는 서로 살아가는 이야길 나누는 재미가 컸다. 지난 번에 7코스를 걸었으니, 올가을 올레 핵심 코스라 할 수 있는 6-8코스를 다녀온 셈이 됐다.
둘째날 아침에 8코스 대포항 근방 중문어촌계 해녀의 집에서 전복죽을 먹었다. 다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해녀의 집 상호가 붙은 집은 해녀들이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인데, 물어 물어 찾아간 이곳도 나이 드신 할머니 두 분이 주방과 서빙을 담당하고 계셨다. 아마 동료 해녀들이 따온 전복이며 소라, 해삼 그리고 문어 같은 것을 간단히 조리해 내는 집 같았다.
제주의 전복죽은 서울과는 달리 내장까지 함께 풀어 쑤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하얀빛이 도는 도시의 전복죽과는 달리 푸른 빛이 퍼져 있다. 사실 반찬은 거의 필요 없는데, 그래도 깍두기, 미역, 동치미가 나왔다. 나같이 반찬 좋아하는 이들이나 함께 먹지, 대부분 죽만 죽어라고 퍼먹게 된다.
해녀 할머니가 정성스레 끓여 내 온 전복죽은 한참 동안 김이 났다. 입맛 없는 사람도 저 뜨거운 죽 한 사발 후후 불어가며 들이키면 원기를 회복할 것 같았다. 내장을 풀어 쑤는 것과 함께 또 다른 특징은 재료를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시의 전복죽이 거의 밥 천지에 전복은 잘게 썰어 거의 씹히지 않는데 비해, 이 집은 고기 살점 같이 크게 썬 전복살이 많이 파묻혀 있어 씹는 맛이 있었다.
뜨거웠지만 모두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전복죽 한그릇씩을 뚝딱 비웠다. 담백하고 고소한 데다 은근히 바닷내음을 입안에 풍겨 제주의 속살을 씹는 기분을 만끽했다. 한 그릇에 단돈 만원. 가격도 맛도 영양도 실해, 다시 제주에 가면 Must Have 아이템으로 찜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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