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Posted 2010. 3. 4. 23:28,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QTzine 4월호에 실릴 글이다.
우리는 지금 사순절(四旬節/Lent, 재의 수요일부터 부활절 전날까지 주일을 뺀 40일. 올해의 경우 2. 17-4. 3)을 보내고 있다. 사순절? 우수, 경칩은 알아도 생소하게 들리는 것은, 많은 교회들이 고난주간은 크게 부각시키지만 사순절 같은 교회력(敎會曆)을 특별히 강조하거나 준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날, 무슨 절 하면서 너무 전통과 규례에 얽매이는 것도 곤란하지만, 교회사를 통해 자리 잡은 좋은 전통들마저 잘 모르고 남의 일 보듯 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부활의 기쁨을 고난주간의 금식과 묵상을 통해 크게 만들 수 있듯이, 조금 길긴 하지만 기왕이면 사순절 기간도 좀 더 의미 있게 보내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겠다. 이 기간 중 가까이두면서 읽어볼 책으로 김영봉 목사의 『가상칠언 묵상』(IVP, 2007)을 손꼽을 수 있다.
사순절에 하는 Lectio Divina
고난주간이나 사순절 하면 일반적으로 무언가를 안 해야 하고(그래서 미디어와 멀리하거나 금식을 많이 한다), 절제해야 한다는(다른 때보다 말을 줄이고 침묵기도를 많이 한다) 생각을 많이 하는데, 이와 더불어 좀 더 힘써야 할 것이 바로 말씀을 진지하게 읽고 묵상하며 기도하는 일이다. 렉티오 디비나(Lectio Divina)를 하면 크게 도움이 되는데, 말씀을 읽고(Lectio), 묵상하고(Meditatio), 기도하고(Oratio), 살아내려는(Contemplatio) - 영어로는 Read, Think, Pray, Live가 되겠다 - 그리스도인들의 오래 된 거룩한 라이프스타일이다. 이 책은 사순절 동안 렉티오 디비나를 비교적 쉽게 하도록 도와주는 얇지만 꽤 짭짤한 책이다.
가상칠언 묵상이라는 제목이 다소 묵직하고 딱딱해 보이지만, 실제는 125면밖에 안 되고, 무엇보다 47일(40일+주일 6일+부활절) 동안 하루에 두 면씩만 읽으면 되니, 보기 드물게 착한 책이다.^^ 가상칠언 자체를 깊이 묵상하게 하는 책은 아니며, 일곱 주 동안 하나씩 테마로 삼아 여러 성경에서 골라 배열한 매일의 묵상 본문을 읽으면서 십자가의 삶에 이르는 렉티오 디비나를 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Oratio를 통한 사귐의 기도
렉티오 디비나가 생소한 독자들을 위해 머리말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인지 풀어준(8-11면) 다음에, 성경 본문과 기도문만 제시하면서 메디타티오(묵상)과 콘템플라티오(관상)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 놓은 점도 이채롭다. 그러니까 렉티오 디비나의 네 요소(단계)에서 첫 번째 렉티오(읽기)와 세 번째 오라티오(기도)만 제시하는데, 이는 저자가 너무 수다스러워질 것을 피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적극적인 ‘참여적 독서’를 하게 하기 위함이다. 맞다! 아무리 탁월해 보일지라도 남의 묵상과 적용을 무심코 답습하기보다는, 독자 스스로 깊은 묵상과 고민과 결심을 해 보라는 것으로 읽혀진다. 큐티나 렉티오 디비나마저도 설교 듣듯 입에 떠 넣어주기를 바란다면 은혜를 자급자족할 줄 아는 성숙한(장성한) 사람이 될 수 없는 법이니까.
그러나 저자가 직접 한 오라티오의 진수를 보여주는 매일의 기도문만으로도 이 책은 렉티오 디비나를 시도하고픈 거룩한 열망을 불 지른다. 사실 저자는 『사귐의 기도』(2002)를 통해 데뷔하고, 『사귐의 기도를 위한 기도선집』(2004)이란 두꺼운 책을 따로 낼 정도로 오라티오를 잘하는 사람이다. 조금 엉뚱한 생각이지만, 주일예배 대표기도를 하는 이들이 이 책에 나오는 기도문을 잘 음미하면서 따라하면 회중이 절로 은혜를 받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박하면서도 간절하고, 담백하면서도 뜨거운 기도문에서 제대로 된 렉티오 디비나를 배우게 된다.
소그룹에서 함께 하는 Lectio Divina
사순절도 그렇지만 렉티오 디비나가 생소하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저자는 셀이나 목장, 구역 또는 가정 같은 소그룹에서 한 시간 반 동안 서로 격려하고, 받은 은혜를 나누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면서 더 큰 유익을 얻도록 간단한 가이드를 제시한다(12-15면). ● 기도와 찬양(20분) ● 그룹 토의(50분) ● 기도제목 나눔(15분) ● 찬양과 기도(5분). 혼자 하건 소그룹에서 함께 하건, 남은 사순절 기간 동안 이 책과 함께 주님의 고난과 부활을 묵상하는 영적 여행을 떠나 보자.
● 저자의 다른 책
『사귐의 기도』(2002)
『바늘귀를 통과한 부자』(2003)
『사귐의 기도를 위한 기도선집』(2004)
『다빈치 코드는 없다』(2006)
『숨어계신 하나님』(2008, 이상 IVP)
『엄마가 희망입니다』(포이에마,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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