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야매목장 이야기
Posted 2012. 2. 7. 00:00, Filed under: I'm churching/더불어 함께작년 한해 교회를 옮기고나서는 집으로 사람 초대하는 일이 많이 줄었다. 뭐, 그 전에도
사람들을 많이 부르거나 찾아다니진 않았지만, 그래도 가정교회니 뭐니 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은 모이는 소그룹에 속해 있었는데, 자유로워지다 못해 한가해졌다. 그래도 분기에 한 번
정도 모이는 소그룹이 남아있는데, 이름하야 야매목장 되시겠다.
50대 두 가정, 40대 두 가정 도합 네 가정이 멤버인데, 모임의 중심은 dong님네(맨왼쪽)
가정이다. 한때 다 같은 교회에 다녔지만, 지금은 서로 다른 교회를 다니거나 마음속으로만
다니는데, 사람 좋고 말 잘 하는 dong님네가 나머지 세 가정과 두루 얽혀 있어 시작됐고 햇수로
5년째 모이고 있다. 짝퉁 가정교회쯤 되는 것 같아 이름도 야매목장이라 우리끼리 부르고 있다.
보통은 분위기 정겨운 식당에서 모여 밥과 음료를 나눈 다음 노래방으로 이어지면서 예닐곱
시간은 우습게들 달리는 족속들인데, 체력이 딸리는 우리는 너댓 시간만 함께한다.^^ 작년 10월
천마산 산행 이후 올해 첫 모임인데, 우리집에 안 와본 가정(진표네와 산새마을)도 있어 집으로
불렀다. 로즈마리는 꿰사디아와 샤브샤브를 내놨는데, 한두 달 전부터 혀에 이상이 생겨
미각에 혼선이 생긴 가운데서도 호평을 받았다.
우리집만 빼곤 술을 좋아해 늘 소주와 맥주가 빠지지 않는데, 이번에는 우아하게(?) 와인
두 병만 준비하겠노라고 했더니, 다들 떱떠름한 목소리로 차리는 집 맘대로라고 일단 수긍해
주었다. 코스트코에서 만원대 와인 두 병을 사 왔는데, 왼쪽은 5도의 약한 이태리 과일와인으로
오프닝에 좋았다. 오른쪽은 아르헨티나 말벅인데, 우린 맛도 못 보고 dong님과 진표아빠(왼쪽
두 번째)가 주거니받거니 과점했는데, 맛이 괜찮았다고 한다.
와인만 낸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주당들을 못 당할 것 같아 이마트에 식료품 사러 갔다가
독일 캔맥주를 싸게 팔길래 500mm 여섯 캔을 사 왔다. 나중에 보니 dong님네서 캔 두 개와
소주 일 병을 들고와 졸지에 BYO(Bring Your Own) 분위기가 됐다.
넉 달만의 회동이라 할 말들도 많았지만,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면서 먹고 마시고 떠들고
웃어대는 이 모임이 좋다. 로즈마리와 내가 익숙해 있던 세계와는 조금 다른 구석도 있지만,
또 다른 재미와 즐거움, 반가움 같은 게 있다. 토요일 6시에 시작한 모임은 11시 반까지 이어졌다.
자정이 넘도록 설거지를 하고 다음날 아침 일어나 주방에 가 보니, 키와 모양이 조금씩 다른
와인잔들이 가지런히 물기를 말려내고 있었다. 꼭 우리들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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