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 봬도 BMW야
Posted 2012. 4. 1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선거일 점심은 서하남에 있는 온누리장작구이에서 먹었다. 셋이서 삼겹살과 오리 훈제
(3만3천원)를 먹고 딸려나오는 간단 오리 전골과 양은냄비 잔치국수에 호일에 싼 군고구마까지
먹고 종이커피 한 잔 하러 마당에 나왔다. 이 집은 백운호수변이나 팔당대교 건너나 분위기가
비슷한데, 넓은 마당에 장작더미들로 장식한 쉼터가 편안한 느낌을 선사해 준다.
마당 한 구석에 앙증맞은 하얀 색 차 한 대가 장식용으로 서 있었다. 거리를 달리기엔
덩치가 작고, 그렇다고 모양만 갖춘 장난감 차는 더도 아닌 골프 카트 같이 양 옆이 오픈된 게
귀여웠다. 차체 길이와 폭, 높이가 균형이 안 맞아 보여 속도를 내긴 무리였겠지만, 엄연히
네 바퀴로 굴러갔을 법한 실제 차였다.
차체 앞엔 곧 죽어도 베엠베 마크가 박혀 있는데, 장난으로 새겨 넣은 것 같진 않았다.
핸들은 오른쪽에 달려 있었는데, 뒷면을 보니 일본 신주쿠 표지판을 달고 있는 게 한때 잘
나간 모양이다. 폐차 전에 건진 듯이, 테이프로 둘둘 감은 거나 이것저것 장식용으로 걸어놓은
거나 왕년에 잘 나갔던 순간들을 떠올릴 수 없게 만들지만, 그래도 모양새나 실내 구조는
이름 있는 회사에서 만들었다는 걸 짐작하게 만든다.
그러고보니 내 차도 어느덧 10년이 넘은 고물이다. 처음 살 때 10년이나 30만 km 중
하나를 지키고 싶었는데, 다른 하나도 몇 달 안에 달성할 것 같다. 시나브로 오래 탔다. 조금
낡긴 했지만 그래도 큰 고장 없이 출퇴근하고 여기저기 다니는 동안 좋은 동반자가 되어준
녀석과도 올해 안에 작별을 고해야 할지 모르겠다.
'I'm wandering > Joy of Discove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외] 방문객 단위가 바뀌다 (2) | 2012.06.04 |
---|---|
뿌리 깊은 나무, 뿌리 드러낸 나무 (2) | 2012.05.22 |
어떤 절박함 (2) | 2012.03.23 |
새내기 때 해야 할 10가지 (2) | 2012.03.16 |
기지개 (2) | 2012.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