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주례사
Posted 2012. 6. 15.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요즘 <힐링 캠프>에 나와 잠시 화제가 된 법륜 스님이 쓴 <스님의 주례사>를 사서 읽었다. 기독교인인 내가 불교에 대해서나 그 관련 인물이 쓴 책을 읽기는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 이십여 년 전(1989년), 도올 김용옥 선생이 비교적 젊을 때(40세) 쓴 <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 정도가 기억난다. 쾌도난마란 말은 이런 데 붙여야 할 만큼 시원시원한 책이었다.
일단 책 제목을 쉽게 잘 지었다. 물론 같은 제목으로 십여 년 전에 나왔다면 다들 쳐다도 안 봤겠지만, 인문학 읽기 바람이 불면서 이런 제목도 쉽게 어필하는 시점에 괜히 꼬지 않고 잘 붙였다. 결혼도 안 한(했을) 스님이 결혼 주례사를 한다? 목사 양반들이 하는 것처럼 스님들도 결혼 주례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떤 말을 했을지 흥미와 구미가 땡긴다.
몇 해 전에 작고한 여성화가 김점선 화백이 그린 단순하면서도 화려해 책과 잘 어울리는 컬러 삽화 30여 장도 책을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내게 배달된 책은 5월 말에 찍은 건데, 2010년 9월에 처음 나온 책이 2년이 채 안 됐는데 49쇄를 찍었으니 십만 부는 훌쩍 넘긴 스테디 셀러를 넘어 베스트 셀러라고 볼 수 있겠다. 계속 되는 출판불황기에 한겨레신문 출판사가 대박까진 아니어도 히트작을 낸 것 같아 다행이다.
스님은 결혼을 어떻게 보고 권면하나 하는 호기심도 작동해 샀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메시지도 확실하고 내용이 있었다. 한마디로 끝까지 읽을 만 했다. 아니, 웬만한 목사들의 형식적이고 판에 박힌 주례사보다 훨씬 나았다. 사람 사는 인간적인 냄새가 나면서 결혼을 꾸미거나 환상에 빠지지 않게 하고, 누구나 공감할 만한 대목들을 쏙쏙 찝어 들려준다.
망설이는 결혼, 나이 차가 나는 결혼, 종교가 다른 결혼, 반대하는 결혼 등 사랑과 결혼에 대한 지지고 볶는 이야기를 쉽고 설득력 있게 들려주는 이나 주례사가 흔치 않다는 점에서 법륜은 확실히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치뤄낸 고수임에 틀림없다. 문득 이렇게 대중과 소통하는 양반 때문에라도 불교에 대한 이미지는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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