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탐을 허하는 교회 밥
Posted 2025. 8. 2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다닌 지 2년이 되어 가고, 햇수로 3년째인지라 어리버리하던 시기가 지나고 교회의 미모저모가 눈에 들어오고, 얇지만 관계밍도 조금씩 형성하고 있다. 여전히 좋은 점들이 많은 가운데, 슬슬 부족하고 연약한 부분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부러 눈에 불을 켜는 건 아니지만, 내 안에 형성된 특유의 '관찰병'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려 하는데, 이걸 단박에 눌러주는 게 있다.
아마 이 교회 주일 점심밥 때문에라도 나는 다른 생각쯤은 가볍게 눌러줄 수 있다. 교회의 주일 점심도 약간의 식대를 받거나 식권을 내고 사 먹는 시대에 주기만 해도 감사한데, 국밥을 중심으로 두 달 정도 간격으로 매주 바뀌는 메뉴들은 타의 추종 불허까진 아니어도 어디다 내놔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뭐 대단한 걸 차려내서가 아니고, 비빔밥이건 국밥이건 재료를 아끼지 않아, 넉넉하고 푸짐한 기분부터 맛보게 한다. 각자 알아서 담게 하는 시스템은 나처럼 밥보다 그 위에 얹는 재료들을 선호해 넉넉하게 담으려는 사람에겐 정말 복음과 같은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매주일 교회 점심밥은 식탐을 안 부릴 도리가 없게 만들어, 조금 오버해서 표현하자면 예배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고 느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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