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돌아보는 책
Posted 2025. 10. 5.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2년 전 늦가을 지금 다니는 교회를 처음 방문한 지 얼마 안 지나 이 교회 교우분과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5호선 동대문역은 지하철에서 내리면 지상으로 진출하는 데 250개가 넘는 엄청난 계단길이 이어지는데, 처음 절반은 계단으로, 나중 절반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더랬다. 이 엘리베이터에서 이 어르신 부부를 같은 시간대에 몇 주 만나면서 가벼운 수인사를 나누게 된 것이다.
항상 중절모를 쓰고 다니는 은발의 멋쟁이 어른이신데, 80을 전후하신 분으로 보였다. 이 교회가 처음 오는 이들에게 인사도 안 하고, 말도 안 거는 차가워 보이는 교회지만, 속은 그렇지 않으니 부담 갖지 말고 다녀보라는 응원이었다. 사실은 여느 교회들처럼 귀찮게 하지 않아 좋았는데^^, 혹시 상처 받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으로 건네시는 따뜻한 인사였다.
그후 교회에서 자주 뵙고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됐는데, 지난 주일에 예배 마치고 일어서는데 '내가 쓴 책이니 한 번 읽어보세요' 하시며 봉투를 건네주셨다. 9월 초에 내신 책으로, 어르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일종의 회고록 형식의 수필집이었다. 1941년 신의주 태생의 선생은 60년대 초반 대학을 다니다 미국 유학을 하고 타이어(암스트롱. 한국타이어), 운동화(리복) 회사 등에서 잔뼈가 굵은 '고무 쟁이'(Polymer Chemist)였다.
타이틀 그대로 끊임없이 실력을 기르고 삶을 즐기는 어른이심을 알게 되었는데, 전문 기술자로서의 자부심은 물론, 과학, 음악, 종교(불교) 등에 관한 해박한 지식이 읽히면서 단숨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적당한 기회에 나도 한 번 내 삶을 돌아보며 정리하는 기록을 남기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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