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 포식
Posted 2012. 10. 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추석 다음날, 그러니까 10월이 시작되는 날 저녁에 오랜만에 전어구이를 먹었다. 몇 해 전부터 미사리 조정경기장 건너편에 횟감을 파는 수산시장이 형성되면서 가끔 회를 떠다 먹는데, 하루 종일 집에만 있다가 전어 생각이 나서 가 봤다. 여러 집에서 전어 도매 현수막을 내걸고 있었는데, 휴일 끝자락이라 그런지 반은 문을 닫아 약간 한산한 분위기였다.
여기도 자리에 따라 값을 다르게 불렀는데, 1kg에 3만원부터 2만원, 그리고 만8천원까지 다양했다. 전어회를 떠주는 삯은 따로 받았는데, 다른 회에 비해 손이 많이 간다고 7천원씩 내란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 원래는 회와 구이를 반씩 살 요량이었는데, 생각보다 비싸서 그냥 구이만 해 먹으려고 골목 안쪽에 있는 집에서 1.5kg을 2만원에 받아왔다. 비닐봉지 속에서 녀석들이 어찌나 파닥거리던지, 7-8분 운전하면서 튀어나오진 않을까 살짝 긴장했다.^^
전어구이는 따로 손볼 것도 없고 그냥 씻어서 소금 뿌려 그릴에 넣고 구으면 되는 초간단 요리라 할 수 있는데, 20마리쯤 되겠거니 했는데, 로즈마리가 30마리쯤 되는 것 같다고 한다. 생각보다 많이 받아온 것 같았다. 네 식구가 다섯 마리씩 먹어도 한 번에 먹긴 조금 많은 양이다. 음~ 많이 받아와 남는 걸 어찌할까 고민하는 것도 괜찮군.^^
그릴에 얹어 구워지는 전어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게 딱 손으로 잡아 머리부터 입에 넣고 하나도 남기지 않은 채 씹어먹기 딱 좋은 크기였다. 아무래도 횟집에서 구워주는 것만은 못해도 그래도 노릇노릇 골고루 잘 구워지니 고소한 냄새도 나고 먹음직스런 색으로 변해 간다. 게다가 내가 아주 좋아하는 고추장 두부찌개까지 곁들이니 입이 절로 벌어진다.
머리부터 한 입, 몸통은 두어 번에 걸쳐 우걱우걱 꼭꼭 가시까지 씹어먹으니 온 집안과 입안이 전어구이향으로 가득찼다. 가시가 싫어서인지 어머니는 딱 하나만 드셨고, 처음엔 가시 발라 달라면서 약간 께작거리던 둘째도 한 마리 먹어보더니 그 다음엔 거의 빛의 속도로 접시를 비워간다. 혼자서 열 마리 조금 안 되게 먹은 것 같은데, 오랜만에 전어포식했다. 남은 건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튀김을 해 먹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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