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하루여행 8 - 영월에서 만난 가을
Posted 2012. 10. 26.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가을에 여핼 가길 잘했다. 설악이나 내장의 찬란한 단풍까진 아니어도 가을 분위기 물씬 풍기는 꽃이며 과일이며 마을 풍경들이 영월에선 발길을 옮기는 데마다 우리를 맞아주었다. 1번 타자는 잣봉 가는 길에 만난 쑥부쟁이. 산길마다 쉽게 구경할 수 있는 꽃이어서 모처럼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꽃도 씨알이 굵다고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근에 본 쑥부쟁이들 가운데 가장 크고 화사한 자태를 자랑했다.
2번 타자는 모운동 가는 산꼬라데길 종점 길가에 있는 과수원에 활짝 핀 사과 나무. 못 생기고 덜 익은 사과는 여러 번 봤지만, 이렇게 색과 크기와 맛의 절정을 구가하는 새빨간 사과는 정말 오랜만에 봤다. 보는 사람마다 찬탄을 한 마디씩 터뜨렸다. 들쭉날쭉 일기가 불순한 여름을 보내면서도 대풍의 꿈을 실현시켜 주었다. 영월 포도가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사과가 이리 잘 열려 있을진 몰랐다. 탐스런 영월 사과 한 번 먹고 싶네.
3번 타자는 모운동 마을에 있는 작은 정원. 들꽃과 잔디밭 사이로 나 있는 마당으로 들어서는 키 작은 빨간 문이 아직 덜 물든 단풍을 너끈히 보완해 주었다. 가꾼 듯 안 가꾼 듯한 자연 정원은 너무 세련되게 단장해 지나치게 인위적인 느낌을 주지도 않았고, 아무렇게나 방치해 두어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안 들게 만드는 음울하고 허술한 곳도 아니었다. 물고기가 사는 작은 연못까지 있어 자연스레 발길을 잡아끄는 수수하면서도 단아한 산골 정원이었다.
4번 타자는 오랜만에 보는 가을걷이를 끝낸 수수단 모음. 잣봉에서 내려와 문현리 쪽 동강을 보러 가는 길에 수수밭이 몇 군데 있었고, 여긴 동강변에서 가까운 밭이다. 고향이기도 하지만 워낙에 모바일 자연도감에 가까운 dong님네랑 다니는 여행에선 새로 보고 듣는 게 많아 즐겁다. 근데, 다른 밭에서 본 것과 헷갈린 건지, 옥수수단인지 수수단인지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
모운동 마을 어느 집 마당 풀밭 위엔 낙엽이 돌돌 말려 구르면서 쌓여가고 있었다. 아직 나무에 매달려 있는 단풍과 함께 내가 떠올리는 전형적인 가을 풍경 중 하나이다. 밟고 지나가거나 바람에 날릴 땐 비 오는 소리가 나고, 조금 더 바삭하게 마르면 모아서 태우기도 하는데 연기를 내는 녀석들이 5번 타자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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