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인 독서
Posted 2013. 4. 2.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요 몇 년간 책과 관련한 책을 통해 주목할 만한 활동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을 꼽는다면 아마도 <리딩으로 리드하라>의 이지성과 로쟈라는 필명으로 숱한 서평을 써 대고 있는 이현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워낙 많은 책이 나와 있고, 여러 방면에서 실력과 재주 있는 글쟁이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 이들 외에도 얼마든지 꼽을 수 있겠지만, 이 두 사람을 빼면 어딘가 빈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서로 배경과 스타일이 크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인문학 독서의 붐을 일으키는데 일정한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공과 영향은 과소평가 될 수 없다. 이지성이 일종의 입지전적인 독서가라면, 이현우는 아카데믹한 독서가라 할 수 있는데, 이런 차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둘 다 풍문으로만 듣고 있다가 한참 지난 다음에야 한두 권씩 사서 읽었는데, 확실히 이들에겐 뭔가 독서의 세계로 사람을 잡아 끄는 매력이 있었다.
이현우의 신간 <아주 사적인 독서: 욕망에 솔직해지는 고전 읽기>(웅진 지식하우스, 2013)를 재미 있게 읽었다. 일단 특이한 제목이 마음에 들어^^ 읽기 시작했는데, 그가 말하는 사적인 독서란 남을 위한 독서, 남에게 보이기 위한 독서가 아니라,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위한 독서란 의미다.
로자는 너무도 유명하지만 아무도 안 읽는 고전 가운데 욕망의 문제를 잘 다룬 유명한 소설 일곱 권에 나오는 남녀 주인공들의 욕망을 통해 우리 자신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사적인 독서 강의를 들려 준다. 술술 잘 읽혀지고 배울 게 많았다. 그가 다룬 책과 주제를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 내 욕망은 정말로 내 것인가 - <마담 보바리>를 읽어버렸다는 것에 대하여
● 용서받지 못할 죄란 무엇인가 - <주홍 글자> 법과 정의를 되묻다
● 정신보다 육체가 더 중요하다 - <채털리 부인의 연인> 온전한 자기의 발견
● 너는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 - <햄릿>의 긴 망설임은 어디서 오는가
● 멀쩡한 정신만으로 살 수 있을까 - <돈키호테> 그 숭고한 광기에 대하여
● 사람은 무한한 꿈을 가져야만 하는가 - <파우스트>의 구원을 삐딱하게 바라보다
●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 <석상 손님> 매력적인 난봉꾼 돈 후안의 작별
자신이 한 강의를 풀어 들려주는 형식을 취해 읽기 어렵지 않고, 독특한 관점을 갖고 주제와 작품을 해석해 나가는 숙련된 솜씨가 이름만 알고 있거나 전에 대충 읽었던 유명 문학작품들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새삼스레 이 작품들을 읽고 싶게 만든다는 점에서 확실히 로쟈는 탁월한 고전 가이드임에 틀림없다. 로쟈의 전공인 러시아 문학에 관한 가이드도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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