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바꾸다
Posted 2013. 4. 15. 06:04,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수요일 밤에 갑자기 누전이나 플러스틱 탈 때 나는 기분 나쁜 냄새가 나서 온 식구가 양쪽 창문을 열어제끼고 황급히 둘러봤지만 별다른 이상 징후를 찾을 수 없었다. 이상하다 싶었지만 별일 아니려니 하고 그냥 잤는데, 다음날 일어나 보니 냉장고에 문제가 있었다. 프레온 가스가 샌 건지, 아니면 모터가 고장난 건지 냉동실이 작동이 안 되고, 냉장실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긴급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부랴부랴 김치냉장고 쪽으로 최소한의 것만 옮겨놓고 A/S를 불렀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고장 부위가 커서 수리비로 기십 만원이 나온다는 말을 듣고 로즈마리는 10년 더 쓴 637ℓ의 월풀 냉장고를 이참에 새 걸로 바꾸겠다는 중대결심을 전화로 알려왔다. 보통 때 같으면 가격비교 사이트로 며칠 알아보고 적당한 것을 주문했겠지만, 그러는 동안 내용물들이 상할 수도 있어 금요일 조금 일찍 퇴근해 하남에 있는 대형마트 두 곳과 전문점 세 곳을 돌아보기로 했다.
다행히 처음 들린 곳에서 750-850ℓ 대에서 적당한 가격대를 제시하는 상품이 맘에 들어 더 다니지 않고 결정했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조금 더 나갔지만, 주사용자에 결정권자인 로즈마리가 예상했던 가격대라 길게 고민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854ℓ의 대용량이라 냉장과 냉동 용량이 각각 100ℓ씩 늘어났고, 무엇보다도 다음날 오전에 바로 배송해 주겠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박스를 벗기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현관 앞에서 앞문을 뗀 다음에 들어와 자리를 잡더니, 수평을 잡고 다시 문짝을 조립한 다음 간단한 조작 설명과 A/S 안내까지 설치는 30분이 채 안 걸려 끝났다. 배송과 설치 과정을 자신들의 스마트폰으로 찍어가는 게 미더웠다.
냉장고를 바꾸면서 냉장실과 냉동실의 적정온도가 각각 3℃와 -20℃라는 걸 알게 됐다. 요즘은 가전제품들이 이런 것도 표면에 표시해 주는 스마트한 기능을 장착하는데, 편리한 구석도 있지만 제품가를 인상시키는 요인도 될 것이다. 어쨌든 앞으로 10년 이상 우리 식구의 건강을 책임져줄 녀석이라 슬슬 정을 붙이고 애용해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