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원이 생기면
Posted 2010. 5. 1. 08:58,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목요일 저녁에 직원들과 회식읋 했다. 다들 조용하고 소극적인 스타일이라 주로 먹을 거
좋아하는 내가 메뉴를 정하곤 했는데, 이번엔 날짜부터 다 맡기고 알아서들 해 보라고 했다.
백만원 아이스 브레이킹을 마칠 때쯤 한 친구가 자기는 매년 그 해에 이루고픈
여직원 셋이 쑥덕쑥덕하더니 빕스에서 먹고 씨너스에서 영화 보는 걸로 결정했다고 알려 왔다.
평범하지만 오케이 바리. 영화 프로는 뭐냐고 묻고 싶었지만, 신비감을 위해 극장에 도착할 때쯤
묻기로 했다. 빕스의 식사는 so so. 맛을 떠나 제값못하는 상상력이 떨어지는 메뉴 구성이었다.
중간에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을 했다. 공돈 백만원이 생기면 뭐하고 싶어?
다섯 명이 짜기라도 한듯 세 가지 대답을 내놓는다. 셋 다 두 표씩 나왔다(한 사람이 두 번 답해서).
1) DSLR 카메라 2) 여행 3) 건강검진
카메라는 나도 답했으니까 쉽게 예상할 수 있던 답이었다.
여행은 돈과 시간(휴가)인데, 하나가 있어도 다른 하나가 잘 받쳐주지 않는다는 얘기들을 했다.
건강검진은 나로선 전혀 예상치 못했던 답이었다.
우리 팀은 50대 초반인 나, 40대 초반인 마케팅팀장(남), 30대 초반인 편집팀장(여),
20대 후반인 디자이너(여), 20대 중반인 마케팅 팀원(여)으로 구성돼 있는데,
나를 뺀 두 사람이 건강검진에 표를 던졌다. 그냥 의료보험에서 때 되면 나오는 검진이 아니라,
자기 돈 내고 옵션을 선택해 하는 검진을 받고 싶다고 했다.
특별히 어디가 안 좋아서 말한 건 아니었겠지만, 당면 관심사 중 하나였으리란 생각을 하게 했고,
가능하면 그 친구들의 소박한 꿈이 이뤄지도록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뭐 살다 보면
가끔 인생에 대한 불안과 염려가 몸에도 찾아오는 법이니까.
백만원 아이스 브레이킹을 마칠 때쯤 한 친구가 자기는 매년 그 해에 이루고픈
버킷 리스트(Bucket List)를 세 개씩 작성하는데, 오늘 나눈 것도 그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작성해 왔는데, 매년 세 개 중 두 개씩 이루어지더라나.
올해의 리스트 넘버 원은 취업이었는데 이루어졌고^^, 넘버 투가 여행이라는 건데,
아마 이것도 팀 여행 계획이 잡혀 있으니까 이루어질 것 같다(당근 모르고 들어왔다^^).
그의 세 번째 리스트는 뭘지 궁금해졌지만, 신비감 유지를 위해 남겨두기로 하면서
문득 인생 전체가 아닌 매년 그 해의 버킷 리스트(Bucket List of the Year)를 작성해
보는 것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 영화는 뭘 봤냐고?
완전 신비감 깨지는 프로였다.
..
아이언 맨 2를 골라놨던 거다. 지루해 죽는 줄 알았다.
근데, 극장은 거의 찼고 다들 신나게 보더구먼. 요즘은 이런 게 대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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