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o ambulans(보행하는 인간)
Posted 2013. 5. 27.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길 위에서 하나님을 만나다: 순례의 신학과 보행의 영성 The Sacred Journey>를 읽었다. IVP 영성의 보화 시리즈 중 하나인데, 브라이언 맥클라렌이 쓴 시리즈 첫 권이자 개관서 격인 <다시 길을 찾다 Finding Our Way Again: The Return of the Ancient Practices> 만큼이나 괜찮았고, 어떤 면에선 더 좋게 읽었다. pilgrimage, journey, stranger 같은 매력적인 단어가 많이 나와 읽는 내내 마치 따라 걷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시리즈 4권 십일조 (9/11/11)
이 책을 쓴 찰스 포스터(Charles Foster)는 케임브리지에서 공부하고 옥스포드에서 의료윤리와 법을 가르치는 의학자이자 변호사이자 작가이자 여행가인데, 여행하는 방랑벽 때문에 다양한 인생 행로를 걷고 있는 것 같다. 키가 190cm나 된다는 그는 알제리 사하라 사막을 비롯해 사막 세 곳을 다녀왔고, 그 중에는 낙타를 타고 횡단한 경험도 있다고 한다.
이 시리즈는 무슨 이유에선지 처음 네 권은 반양장 신국판으로 나오다가 그 다음부터는 그보다 작은 양장 46판으로 판형과 장정을 바꿔 내면서 값을 올렸는데, IVP답지 않아 보인다. 요즘 기독교 서적도 양장본이 많이 나오는데, 양장본 본래의 깊이랄까 품위 없이 유행이 되는 것 같아 독자로서 씁쓸하다. (다 읽고나서 보니, 이 책은 산에 가거나 여행할 때 휴대하고 다닐만한 컨텐츠가 충분하고 풍부해 작은 양장본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은 든다.^^)
한 가지 더 작은 흠을 잡자면, 표지에 그린 큰 손은 디자이너가 너무 욕심을 부린 건지, 아니면 너무 제목에 맞춰 억지로 꾸민 것처럼 보여 오히려 없었으면 더 좋았을 법 싶다. 별들이 총총한 밤하늘과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배경으로 하는 제목 자체로 멋진데, 너무 뻔해 보이는 손 그림 때문에 그 신비감이 반감해 버린 것 같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이 책은 고대 영성훈련 중 대미를 장식하는 순례에 관한 신학을 조명하면서 그 바탕에 놓인 보행의 영성, 즉 걷는 일의 의미와 중요성을 들려 준다. 저자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나는 후자에 초점을 두고 읽었는데, 근래에 읽은 책들 가운데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구석이 많았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밑줄쳐둘 만한 데가 많았으며, 생각을 자극하고 넓혀주는 대목이 적지 않았다.
호모 암불란스(Homo ambulans)는 보행하는 인간이라는 라틴어다. 저자는 기독교가 원래 정주(定住)형이 아니라 떠돌아 다니는 유목민들의 종교이며, 기실 예수님과 그를 따르는 제자들도 수없이 많은 동네를 엄청 많이 걸어다녔다는 단순명확한 보행과 순례의 신학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공감이 많이 됐다. 블로그 이름을 지을 때 Pedestrian도 보행하는 그리스도인(Christianus ambulans)을 염두에 두고 지은 거라서 더 반가웠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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